시급한 과제로서의 소통과 조직의 변화

[ 주간논단 ]

조주희 목사
2021년 06월 08일(화) 09:16
신학대학교에서 한 과목을 강의하면서 깊은 고민을 품게 되었다.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교회 밖의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어젠다를 던졌던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의 "적응하거나 죽거나(Die or Adapt)"라는 표현은 이 세계를 긴장 속으로 몰고 가고 있다. 따라서 변화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회사나 각종 단체 그리고 심지어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의 가장 깊은 관심은 생산성과 효율성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 속에 함께 존재하는 교회공동체 또한 이 부분을 도외시할 수 없다. 교회공동체가 생산성과 효율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는 아니지만, 성경의 가르침을 이 세상이라는 장에 선포하고, 전하고, 가르치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려면 관심을 두어야 한다. 모세의 예에서도 아주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세가 가나안 땅을 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어 감에 있어서 이드로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과 효율성의 문제를 풀어 갔던 것은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교회가 대면하는 선교의 장은 교회가 아니라 이 세상이며 하늘에 존재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이 세상 속에 존재하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 가지 고민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소통, 나머지 하나는 조직이다. 어떤 공동체가 소통과 조직에 대한 고민 없이 어떻게 생산성과 효율성을 논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교회공동체의 소통과 조직의 두 가지 측면을 계량화시켜서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받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첫째는 소통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 교단은 장로교이다. 본래 장로교 정치 제도는 대의정치 제도이다. 대의정치는 대표를 뽑아 정치를 대신하는 간접 민주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의정치의 성공은 정치를 대표해야 하는 그 대상의 뜻을 얼마나 제대로 수렴하고 반영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 면에서 대의정치에서의 의사는 대표자의 의사보다 대의하는 대상의 의사가 우선시 된다.

대의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우리 교단의 대의를 위한 제도 자체는 그리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의정치가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별히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개인 존중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다. 개인 존중의 극대화가 바른길이냐에 대한 논의는 다른 부분이지만 한 개인 개인의 존엄성은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한 개인 개인이 가진 욕구가 다양하다는 점 또한 이 시대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와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공동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함께하길 원치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장로교의 소통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것은 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소통은 구조와 관련된다. 그런 면에서 한국 교회는 구조의 변화에 대한 압력에 직면해 있는 셈이 된다. 상당한 교회들이 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조직 구조를 선보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력에서 핵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조직 자체가 존재 목적보다 더 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조직 자체를 운영하는 것이 존재 목적의 도구가 되어야지 조직 운영 자체가 조직의 존재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 조직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그 조직은 이미 식물 조직이 되는 셈이다. 한국 교회 조직의 슬림화와 유연성의 과제를 더는 미룰 여유가 없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이다. 유기적 특징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소통과 조직의 변화는 시대적 과제가 아니라 발등의 과제이다.



조주희 목사 / 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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