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저를 떠나 보냈나요?"

다큐멘터리영화 '포켓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개봉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6월 02일(수) 18:36
"엄마, 어쩌다 그런 선택을 했어요? 난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로요"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FORGET ME NOT-A Letter to My Mother)'가 지난 3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해외입양인인 선희 엥겔스토프(Sun Hee Engelstoft) 감독이 덴마크 가족에게 입양돼 자라는 동안 내내 가졌던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엄마가 자기 아기를 떠나 보내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감독은 스무살 때 처음 친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러나 엄마라고 짐작되는 그녀는 딸을 만나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미혼모들을 만나보자. 미혼모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양육할지, 아니면 입양 보낼지 결정하게 만드는 게 뭘까.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다.

감독은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의 일상을 직접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미혼모들이 시설에 입소하고, 아기를 낳고 고민과 갈등 끝에 입양을 결정하고, 아기를 떠나 보내는 모습을 담담히 담아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기록은 시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엄마와 만나고 있는 특별한 시간여행처럼 보인다.
한 생명을 임신한 게 축복이 아닌 감춰야 할 비밀이 되어버린 미혼모들. 오래전 자신이 태어난 날 입양동의서에 사인을 해야 했던 엄마의 마음에 점점 더 다가서게 된다. 특히 만날 수 없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덴마크어 내레이션은 이제껏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입양 당사자의 가장 생생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전한다.

그래서 선희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태어난 나라를 잃어야 했던 아기들과 아기를 잃은 엄마들, 그 가족들을 위한 초대장이 되기를 소망했다. "영화를 찍는 건 엄마와의 이별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는 그는 "이 영화가 20만 명이 넘는 아기를 서양 국가와 백인 과정에 해외입양 보낸 나라인 한국에 꼭 알려지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해외입양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 더 나은 삶을 주는 방법이 아니라 때로 엄마와 아기를 상처 입히고 그들의 권리를 해치는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교회오빠'의 제작·배급사인 남기웅 대표(커넥트픽쳐스)가 배급을 맡은 이 영화는 덴마크와 한국 제작사의 합작품으로 코펜하겐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프리미어 상영으로 최초 공개됐다. 다큐멘터리 거장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영화의 친밀함, 아름다움, 용기는 놀랍고 또 깊다. 이 걸작은 엄마됨과 유년기, 상실과 갈망에 관한, 내가 이제껏 보거나 상상해온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중요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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