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

[ 4인4색 ]

황원준 장로
2021년 05월 25일(화) 11:50
필자는 최근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치유형 대안교육기관 조아학교와 성인지 대안교육기관 조이디딤학교의 교장이다. 정신건강의 이유로 본교에서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워 대안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이다. 일반 대안교육과 달리 앞에 '치유형'이란 단어가 눈에 띤다. 정신의학적 치료 및 치유를 하면서 학교의 대안교육을 병행하는 인천시 최초의 치유형 대안교육기관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동 청소년의 문제와 학교에서 만나는 아동청소년의 양면을 보면서 교육과 치료 둘로 구분하여 따로 볼 수 없음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학부모라면 당연 내 아이가 공부 잘하여 사회에서 바라보는 좋은 일류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목표이다. 대학입시를 목표로 두고 심한 경우 유치원 교육부터 시작하기도 한다니 우리 사회가 빚어낸 모순이기도 하다. 초등, 중등 그리고 고등학교 특히 대학입시에 목전에 둔 고3학생과 그 가정은 대학입시가 최우선된 삶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학생이라는 직업이기에 공부는 잘해야 하는데 왜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까?

먼저 공부하지 않는 학습부진이며, 주의산만하고 집중을 못하는 경우이다. 지나친 강박적 성격을 가지고 완벽을 추구하는 경우이고, 청소년 우울증이 있을 때 공부할 수 없다. 못한다. 알면서 틀리게 되는 시험불안이 있다. 그리고 발달상의 문제로 인한 학습장애이다. 마지막으로 게임 중독으로 인한 학습부진이다. 이런 현상은 정신건강과 연관되어 학습에 어려움이 있어 공부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 이럴 경우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학생이란 공부를 잘해야 하지만 모두 잘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해야 하지만 공부만 잘해서도 안된다. 그러면 공부보다 더 우선하는 것을 없을까?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관계와 존재의 문제가 있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런 청소년에게는 사랑과 관심에 배고파 있다(affect hunger). 진료실에서 친부모와의 관계의 어려움으로 만나는 청소년에게서 부모의 건강한 사랑에 갈증으로 목말라하고 그 목마름에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해 우울해하고 자존감이 저하되어 손목에 수 십 번의 자해와 때로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부모의 사랑의 목말라하는데 부모는 성적에만 관심을 두고 공부도 못한다고 존재를 무시한다. 인문계 고교 전교 5등 안에 드는 남학생은 시험보고 나면 한 두 문제 더 틀릴까 늘 불안하고 우울해서 진료실을 찾는다.

그러나 다니던 본교에서 국·영·수 성적은 저조했던 학생이 조아학교에서 대안교과와 창의적 체육활동에 너무 재미있어하고 등교를 즐거워하며 출석률이 95% 이상이다. 왜 그럴까? 공부가 조금 부족해도(doing) 주변 이웃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는 존재(being)의 이유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게 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꿈꾸며 자라게 한다'. 내 자녀를 나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바라보며 신앙적으로 건강한 자녀로 자라도록 하나님께서 주신 약, 구약과 신약의 신앙약물요법으로 학습되고 치유되기를 소망한다.



황원준 장로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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