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 쿠키'에서 느끼는 숙연함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

홍우림 작가
2021년 04월 28일(수) 10:00
마을을 한동안 돌아다니며 어느덧 이곳의 풍경과 사람들이 내게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마을을 다니던 중, 일행들과 우연한 한 골목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뭔가 신기한 것을 발견하였다. 여러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어른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바구니 속에서 무언가 반죽을 꺼내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었다. 땅바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쌓여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이게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이게 뭐야?' 그들이 대답했다. '쿠키야'. '이게 '쿠키'라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고, 땅바닥에 무수히 쌓여있는 것은 내가 볼 때는 진흙 덩어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게 쿠키이름이 '머드쿠키'라고 하였다. 머드(mud)라면 진흙을 말하는 건가? 진흙으로 쿠키를 만든다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마침 아이가 건내는 하나의 조각을 입에 물었다. '세상에… 이건 그냥 진흙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머드쿠키는 먹을 수 있는 식용성 흙에 약간의 마가린을 섞어 쿠키를 만든 것이었다. 머드 쿠키안에 미네랄이 있어 몸에 나쁘지는 않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엄연히 이건 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흙을 먹을 수 있을까? 내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흙을 먹는 것이 다소 충격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우리 인간도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생을 마치고 육신은 결국 썩어지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흙을 먹는 것이 비록 우리의 상식에는 말도 안되는 것이긴 하나, 이 흙을 먹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주변은 어떤가? TV나 유튜브에는 수많은 '음식' 콘텐츠가 넘쳐난다. 때로는 지나치다 싶은 음식을 통한 대리만족과 기쁨이 어느덧 우리에게는 익숙해져있다. 어쩌면 음식의 본디 목적은 우리의 육체에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살아가는 힘을 얻게하는 것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음식은 하나의 오락거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흙으로 음식을 만드는 이들 앞에서는 과연 이런 문화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먹을 것이 풍부하고 때로는 수많은 음식들이 버려지는 가운데, 머드쿠키를 만드는 그들 앞에서 많은 것이 숙연해졌다.



홍우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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