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안수, 세 가지 축하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1년 04월 20일(화) 17:08
변창배 목사
한국장로교회 대부분 교단이 4월을 전후로 노회를 개최한다. 우리 교단도 3월 23일에 회집한 남원노회와 익산노회를 필두로 69개 노회가 일제히 2021 춘계노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장로교회 첫 노회는 1907년 9월 17일에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개최하였고, 1911년까지 해마다 한 차례 노회를 9월에 개최하였다. 제5회 노회에서 총회 창립을 결의한 뒤, 1912년 9월 총회를 창립하기까지 7개 노회를 새롭게 창립했다.

최초로 창립된 노회는 전라노회였다. 1911년 10월 15일에 전주서문밖예배당에서 창립되었다. 이어서 12월 4일에 경기충청노회, 12월 8일에 황해노회, 이듬해 1월 6일에 경상노회, 1월 20일에 함경노회, 1월 28일에 남평안노회, 2월 15일에 북평안노회가 각각 창립되었다.

독립노회나 7개 노회의 주요 회무 중의 하나는 목사를 안수하는 일이었다. 1907년 노회 설립과 동시에 서경조 등 일곱 명을 목사로 안수하였다. 안수식에 대해서 노회록 10쪽은 이렇게 기록한다. "회장 마삼열씨는 기도하시며 노회 회원들은 일제히 신학사 서경조 한석진 송인서 양전백 방기창 길선주 이기풍 칠인에게 안수한 후에 오른손으로 집수례를 행하여 목사로 장립하니라." 한국인에게 최초로 안수를 베푸는 모습을 장엄하게 기록했다.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2021년 봄, 개최되는 노회에서 목사후보생들에게 안수를 베풀게 된다. 목회의 길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특별한 축하를 드린다.

첫째는, 코로나19의 와중에서 안수를 받게 된 일을 축하한다. 역사는 언제나 격랑 속에 흘러간다. 코로나19는 격랑 중의 격랑이요, 파도로 말하면 '퍼펙스 스톰'이다. 전쟁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코로나19 회복은 2019년 이전의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끝난 폐허 위에 새롭게 건설하는 것과 같다.

이미 시작된 뉴노멀의 일상을 살게 될 것이다. 팬데믹 전쟁이 끝나도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국정부가 오는 6월 21일까지 모든 규제를 해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계절성 독감처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하여 노력하면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목사안수와 함께 밑바닥을 보았으니 장기 대비 능력을 갖게 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축하할 수 있다.

둘째는, 도전자의 정신을 갖고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자리에서 안수를 받게 된 것을 축하한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목사의 수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는 양상이 바뀔 것이다. 저출산이 가파르기 때문에 신학교 지망자도 절대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10여 년 이상 계속되는 교세 감소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저하로 인해서 20대는 미전도세대가 되고 말았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2021년 봄에 목사안수를 받는 이들은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희망을 만들 첫 세대가 될 수 있다. 헝그리 정신을 갖고 자기 발전을 위해서 집요하게 도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이다. 그런 점에서 도리어 축하할 수 있다.

셋째는, 지구촌 사회가 문명의 전환점을 벗어난 시점에 안수를 받게 된 것을 축하한다. 인류는 지구화, 정보화에 더해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변화의 와중에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의 등장과 코로나19로 인해서 급속하게 진전되어, 소위 디지탈시대로 접어 들었다. 앞으로 교회는 교회 자체의 존재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질문은 이전 시대의 경험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2021년 봄에 안수를 받는 이들은 시작부터 단단히 각오하고 출발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차라리 그 점이 행운일 수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출발하니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나아가면 된다. 앞날이 평탄대로가 아니라는 점은 안타깝지만, 좁은길을 걷노라면 무거운 짐진자를 쉬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수고할 수 밖에 없는 출발을 축하한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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