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시

[ 목양칼럼 ]

오수진 목사
2021년 03월 24일(수) 10:23
복음서를 보면 한 중풍 병자를 여러 사람이 침상에 메고 예수님께 나오는 장면이 있다. 영적으로 보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주님 앞으로 운반됐다. 누구도 별안간 예수님이 믿어지는 사람은 없다. 가족, 지인, 친구 중에, 나를 위해서 밤새워 기도하고, 눈물로 전도하였기에 영적으로 마비된 내가 은혜의 침상에 메워 예수님 앞으로 인도된 것이다. 그들은 중풍 병자의 아픔과 수치심을 자신들과 동일시하였다. 출입구가 막히자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당시 팔레스타인의 가옥은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게 바깥에 계단이나 사다리가 있었다. 그래서 지붕은 휴식의 장소이고, 빨래를 말리거나, 음식을 먹거나, 기도의 장소였다. 그들은 막힌 땅의 출입구와 열린 하늘을 연결하고자 지붕을 뜯어 땅과 하늘을 동일시한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에서 그들의 믿음으로 보셨다. 예수님이 보신 것은 그들의 믿음이고, 죄 사함을 받은 사람은 중풍 병자이다. 그래서 그들의 믿음에는 메어온 사람들이 믿음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에는 중풍 병자의 믿음도 있다. 중풍 병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중풍 병자를 침상에 달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믿음으로 나온 것에는 중풍 병자가 믿음으로 자신을 내어 맡김이 있었다. 이렇게 중풍 병자와 그들은 동일시의 마음으로 하나의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딸이 아프면 엄마가 아프다. 아들이 아프면 아버지가 아프다. 하나님의 자녀가 아프면 하나님의 마음도 아프다.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으로 느껴지고, 그의 삶이 나의 삶과 같아짐이 동일시의 마음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갑자기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는 성도들이 많다. 납품은 멈추고, 대금은 지급해야 하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성도, 은행 대출로 공장을 지었지만, 거래가 실종된 성도, 손이 반 토막 난 반찬가게에 출근하는 성도,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성도들까지 상황이 아주 안 좋았다. 그래서 '공감 소비 운동'을 했다. 성도의 사업장을 모두 찾아가 기도해드리고, 사진을 찍어서는 기도 제목과 취급품목과 연락처를 포함하여 교회 밴드에 올려드렸다. 기도도 하시고, 물건도 팔아주고, 다른 곳에 소개도 부탁했다.

그리고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는 성도의 가정과 교회가 섬기는 기관과 선교지를 돕기 위한 '두 렙돈 운동'을 시작했다. 두렙돈의 이름으로 지목헌금을 하여 기금을 마련하고, 성도들에게 도와야 할 가정을 추천하게 하고, 두렙돈 위원회를 구성하여 의논하여 돕기 시작하였다. 10가정에 50만 원을 1회 지원하였고, 하반기에는 5가정에서 50만 원씩 5회 지원하였고, 올 상반기는 6가정에 4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 밖에 기관과 단체에 선교지에도 같이 지원하였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 하신 예수님 말씀은 예수님 자신이 지극히 작은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셨다는 뜻이다. 성도와 가족과 이웃과 '동일시'의 아픔을 붙들고 섬기고 있다면 그것은 예수님에게 하는 것이다. 코로나 19를 살아내는 교회와 성도들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다시 발견한다.

오수진 목사/도담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