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오디션

[ 목양칼럼 ]

김성렬 목사
2021년 03월 19일(금) 08:41
요즈음 TV 프로에서 가장 핫한 것은 오디션 프로인 것 같다. 트로트 경연, 이름 없는 가수로 활동하는 가수들의 이름 찾기, 포크송, 클래식, 힙합 등등 장르도 다양하다. 하지만 경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대국민 응원 투표이고 오디션을 마치고 나면 이 말 저 말, 말들도 참 많다. 정작 노래 실력에 대한 평가보다 "이미지가 어떠하더라니, 표정에 감정이 없더라니" 등 그런 것에서 대국민 투표가 많은 영향을 주고 순위가 정해지고 그 순위가 그 입상자를 따라다닌다.

누군가를 처음 볼 때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초두효과(primary effect)'이다. 첫인상을 어떻게 주는가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낼 때 첫인상이 그 사람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오디션 프로를 처음 봤을 때 첫눈에 딱 들어온 사람은 약간의 실수나 음 이탈을 해도 이해가 되고 예쁘게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목회 현장에서도 오디션 현장 같은 현상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담임목사 청빙', '부교역자 청빙'과 같은 공고가 나오는데 제출되는 서류는 뻔하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졸업증명서, 학위증명서, 소위 스팩과 잠깐 보는 설교 동영상 등 정작 보아야 할 것들은 보지 않는다. 오래전 필자가 부교역자 청빙을 한다고 공고를 냈더니 전도사님 한 분이 연락이 왔는데 마침 이분이 출석하는 교회에 아는 부교역자가 계셔서 이분에 관하여 물었더니 참 부지런하고 신실하고 좋다고 추천을 해 주셨다. 이 전도사님을 만나보니 5개 교회에 면접을 봤는데 전도사님이 가정 형편상 아들 둘을 데리고 와서 사역을 해야 한다고 하니 모시는 교회가 없었다고 했다.

필자가 우리 교회는 그래도 괜찮으니 같이 사역을 하자고 했고, 그 주부터 토요일 사역과 주일 사역을 위해 3살과 8살 된 두 아들을 데리고 경북 칠곡에서 울산까지 토요일 오후에 오셨다. 전도사님은 사역을 하시려고 오시지만 필자의 아내는 전도사님의 아이들을 돌보는 유아부 사역(?)과 더불어 하숙집 사역(?)이 시작되었다.

24평 아파트에 전도사님 식구와 매주 이틀을 같이 먹고 자며 3년을 사역하시다가 다른 교회로 가셔서 3년을 계시다가 다시 우리 교회로 와서 2년 사역을 하시고 특수 사역을 하러 가셔서 3년을 하시고, 다시 우리 교회로 오셔서 3년 사역을 더하시다가 아주 좋은 교회로 가셔서 열심히 사역을 잘하고 계신다. 그 교회에서 부족한 필자를 얼마나 자랑했는지, 지난해엔 그 교회에 강사로도 갔었다. 한 부교역자가 같은 교회에 3번 부임한 분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누구의 눈에 오디션 현장이 되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보시는 오디션이다. 불꽃 같은 눈으로 지키시기도 하지만 머리털까지 세시는 섬세하심으로 나를 보시기 때문이다.

김성렬 목사(주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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