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民意)

[ 이슈&Issue ]

박만서 상임논설위원
2021년 02월 09일(화) 13:08
요즘 우리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말 그대로 '가관이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고통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누가 하나 오늘의 상황을 두고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자기반성과 '좀 더 잘해 보겠다'는 말 한 마디 없다. 아니 간혹 있기는 한데, 진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중의 인기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적인 선언을 남발하고, 그들이 말끝마다 들먹이는 국민들의 생각(민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국민들을 앞세워 자신들의 주장만 계속하고 있다.

오늘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다시 선거철이 다가왔다'라고 꼬집는다. 4월에 서울과 부산의 시장 선거 등 재보궐선거가 있고, 1년 후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미 상당 부분 후보군이 드러난 상태이기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쏠리고 있으며, 예비 후보들과 정당은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정작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뒷전에 두고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국민을 들먹이는 일이 다반사다.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극과 극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이해(理解)', '배려(配慮)', '포용(包容) 등과 같은 단어가 낯설어 보인다. 당리(黨利)라면 '아닌 것(가짜뉴스)'도 '맞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 풍토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 달성만을 위해 날마다 그들만의 리그인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점점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해서 한 국가의 정치 지도자로 나선 그들에 대해 국민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폭넓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생각이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극과 극으로 갈라놓은 결과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의 목표는 오로지 '정권'을 잡기 위한 것인가? 정치지도자 선출은 선거에 의해 이루어지고,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는 국민의 투표에 의해 진행된다. 즉 국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인 한 표를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 달라'는 뜻을 담아 '잘해 보겠다'고 공약하는 출마자(정치인)에게 투표한다. 이 과정을 거쳐서 선출된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 준 국민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는 모든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사회의 정치인은 분명히 정상적이지 못하다. 국민을 이용한 자신의 목적과 당리당락만을 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국민의 의식과 그에 맞는 제도가 변화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 스스로가 주권행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같은 사회 정치권의 행태가 여과 없이 한국교회로 스며들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교회는 정치권력(자)에 편승해서 그들의 야욕에 '아니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그러는 그들을 향해 박수를 쳤다. 그런 일들은 남아 있는 기록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 한국교회의 모습은 중단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심하다는 지적도 한다.

민의(民意)에 반하는 정치 지도자는 민주주의 사회에 발을 붙일 수 없다. 따라서 바르지 못한 정치인들에게 갈채를 보내는 교회는 사람(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정치인을 향해 응원할 수 있는 한국교회를 기대한다. 또 교회가 먼저 나서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겠다'라고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할 것이다.

박만서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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