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도회가 지향해야 할 선교 패러다임

[ 선교여성과 교회 ] 교회 여성의 선교 과제 ①

박보경 교수
2021년 02월 04일(목) 09:52
ⓒ Unsplash
새 포도주는 새 부대가 필요하듯이, 새로운 세계상황에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본교단의 선교 패러다임은 전통적인 선교 패러다임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세계교회 상황은 지난 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새로운 상황이다. 19세기만 해도 서구 사회에 집중됐던 교회가 이제는 전 세계 곳곳에 어느덧 뿌리를 내려 현지교회를 형성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의 지형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와 같은 비서구지역의 새로운 그리스도인들의 주도적 역할을 세계교회가 기대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도시인구가 급증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미 도시적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저개발 혹은 개발도상국의 도시 빈민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졌다. 끊임없는 개발 사업과 환경 파괴로 인해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은 인류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로 등장했다.

이렇게 세계교회의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세계선교상황이 지각변동을 일으킨 오늘날의 변화된 상황 중에, 예장통합교단의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과연 어떤 선교 패러다임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변화된 세계 상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으로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지향해야 할 선교 패러다임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오늘날의 세계선교는 세계 모든 교회와의 협력선교(동반자 선교)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21세기의 전 세계는 이미 모든 곳에 교회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 교회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세계복음화를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

과거 전통적인 선교 이해는 주로 기독교 세계로서의 서구에서 비기독교 세계로서의 비서구 세계로의 선교로 이해됐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접한 시대의 선교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오늘날은 선교현장의 교회들과 협력하는 동반자 선교, 협력 선교가 중요하다. 즉, 선교 현지의 교회, 교단과 협력해 그들 스스로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도록 협력하고, 친구가 되어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선교이다.

이러한 선교야말로 전 세계 오대양 육대주의 모든 지역에서 존재하는 교회들과 함께 동반자적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반자 선교를 위해서는 다른 교회 경 험에 대한 깊은 존중감과 겸손한 나눔의 정신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하기 위해 양자 간 혹은 다자간 협력은 동등한 위치에서의 나눔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나눔은 여러 차원의 나눔을 포함한다. 가장 표면적인 것이 바로 물적·재정적 자원의 나눔일 것이다. 이것은 흔히 인적 자원의 나눔으로 발전된다. 협력선교의 나눔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데 양자 혹은 다자간 나눔은 나아가 경험적 자원의 나눔으로 이어진다. 이 경험적 자원의 나눔은 결국 나아가 신학적 자원의 나눔까지 나아간다.

장신대 명예총장 서정운 목사는 협력선교의 핵심인 나눔에 대해 "진정한 일체감은 지적이고 관념적이라기보다 우선 정서적 차원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동지적 우애감이 없는 나눔은 참다운 나눔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필자는 예장통합 교단의 협력선교의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한국, 독일, 가나의 다자간 협력선교를 소개할 수 있다. 이것은 독일교회의 팔주노회와 한국 영등포노회, 가나 장로교회의 3자간의 협력으로 지난 수십년간 진행됐던 가나에 소재한 컴퓨터 학교이다.

이 3자간의 협력은 재정적 협력, 인적 자원의 교류로 이어졌다. 한국 선교사가 가나로 파송됐고, 컴퓨터 학교를 위한 사역의 후원은 독일교회, 한국교회가 함께 부담했다. 몇 년 후 3자간 협력은 가나교회의 목회자 재교육을 위한 훈련사역으로 확장됐다.

즉, 장로회신학대학교에 매년 가나에서 1~2명의 가나 목회자가 학위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교회와 신학을 배울 뿐 아니라, 강의실에서 만나는 또 다른 외국인학생들과 교정에서 만나는 한국 신학생 및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아프리카인의 기독교신앙의 경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고 있다.

이 교육 사역은 벌써 1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데, 장신대를 졸업한 가나 목회자들이 가나교회로 돌아가서 탁월한 리더십으로 가나교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것은 협력선교가 신학교육의 영역으로 확대해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가나교회와의 성공적인 협력선교는 최근 케냐교회로 이어지고 있다. 케냐에 소재한 장로교신학교에서 기독교교육센터의 운영을 위해 PCK 교단과 협정을 맺어 새로운 협력선교가 시작됐다. 매년 2명의 기독교교육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교수요원을 임용할 케냐 목회자들을 장신대로 파송해 학위과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훈련을 위한 재정적 지원은 한국의 어떤 지역교회가 담당하며 시작됐다.

필자는 이러한 외국인 학생들의 교육을 맡아 수업을 진행하고 논문 지도를 오랫동안 해온 바, 이들의 탁월한 수학능력을 경험하며, 이들의 교회 경험을 수업을 통해 배우고, 또 한국교회의 경험을 함께 나눔으로써 적어도 교실 안에서 진정한 협력선교의 나눔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박보경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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