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뒤덮인 마을...그리고 유난히 맑은 하늘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2>

홍우림 작가
2021년 01월 27일(수) 10:00
태양의 도시(Sun City)라는 뜻을 가진 시티솔레(City Soleil)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극심한 가난, 갱들의 전쟁, 폭동, 질병 등 각종 삶의 위협 속에서 그 이름과 달리 이 마을에 '빛'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유엔(UN)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로 말할 정도로 그들의 삶의 현실은 매우 어렵다. 매일 울려퍼지는 갱들의 총소리와 폭동으로 현지인들도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다. 처음 마을에 도착하여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았을 때,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각종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마을과 그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축들.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겠다는 꿈으로 이곳에 도착했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내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같은 하늘 아래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어쩜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무심하게도 그날따라 하늘은 유난히 맑고 아름다웠다.

처음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프레임에 눈 앞의 모습을 담았을 때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이 흥미로워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 것은 때로는 무례한 일이 될 수 있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만큼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과정이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나는 왜 이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일까?

한참을 사진을 찍고 있던 중 우연히 쓰레기 언덕 위에 서있는 한 소년을 만났다. 그 아이는 말없이 어딘가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고, 때마침 아이보다 몸집이 큰 돼지가 내 앞을 지나갔다. 나는 조용히 이 순간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완성된 한 장의 사진. 어쩌면 이 사진이 내 가 앞으로 이곳에서 찍어야 할 사진이 아닌가 생각했다. 눈앞에 펼쳐진 맑은 하늘과 쓰레기와 가축이 가득한 현실, 그 곳에서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아직은 막막했지만 분명 이 안에 보여주시는 메시지가 있을꺼라고 믿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홍우림 작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고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2018년 세계 최대 사진공모전인 IPA(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의 올해의 에디토리얼 작가로 선정됐다. 지난 3년 동안 도쿄, 파리, 모스코, 부다페스트 등 세계 메이져공모전에서 40개가 넘는 상을 수상하였다. 2020년에도 IPA에서 다큐멘터리 부분에서 또한번 대상을 수상하며 심사위원이 뽑은 Top5 작가로 선정되었다.





홍우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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