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의 종교

[ 목양칼럼 ]

이춘복 목사
2021년 01월 27일(수) 17:20
우스갯소리 같은데, 제왕절개 수술을 받는 산모들에게 의사들이 마취하려고 "심호흡하세요!" 그러면 산모들이 너무 긴장을 하다 보니까 실제로 숨을 들이마시지는 않고 말로 "심호흡"이라고 따라 한다고 한다. "아니, 심호흡하시라니까요!"라고 다시 재촉하면, 자기 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린 줄 알고 더 큰 소리로 "심호흡"이라고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어쩌면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 예수 믿는다는 사람들이 주님이 주신 말씀대로 실제로 따라 살지는 않고 그냥 말로만 "나는 예수 믿는 사람"이라고 크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정인이 사건이다. 차마 인간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들을 행한 것이 밝혀지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때 우리 교회 어느 목사님이 정인이 양모가 포항의 무슨 교회 목사의 딸이었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예수 믿는다는 사람이 그럴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했다. 그 는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도 했다고 한다. 정인이 양아버지라는 사람도 안동의 어느 교회 목사 아들이라고 한다. 목사 아들과 목사의 딸이 기독교대학에서 만나 결혼해서 살면서 그런 짓을 했으니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교인들이 자꾸 이런 빌미를 주니까 세상 사람들이 벌떼같이 일어나서 교회와 교인들을 욕하는 것 아니겠는가?

필자가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목회를 그만 두던지, 아니면 교회를 다니지 말든지, 도저히 창피해서 더는 목사 못 해 먹겠다"고 우리 교회 목사님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특히 지난 한 해 코로나19와 함께 보내면서 이런 수치와 갈등을 계속해서 겪어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는 모여서 드리는 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근 1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본래부터 교회는 모이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우리가 예배당에 모여서 은혜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세상에 나가서 예배자의 삶을 살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잘 모였던 것은 잘 흩어지기 위함이었다. 흩어져서 세상을 섬기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였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진정한 예배는 축도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기독교는 산 위의 종교가 아니라 산 아래의 종교이다. 이제 우리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신음하고 있는 백성들을 섬겨야 하고, 절망의 깊은 늪에 빠져 있는 이 백성을 위로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이 진정 기뻐 받으시는 참된 예배이다. 이러한 성도의 사명을 감당하려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윤리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순결해야 한다. 우리의 착한 행실을 통해서 예수님의 향기가 드러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예루살렘 거리로 다니며 그 넓은 거리에서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성을 용서하시리라"(렘 5:1)고 하셨는데, 하나님 찾으시는 그 한 사람이 우리는 되어야 한다.

이춘복 목사/경기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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