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유아세례, 제한연령에 대한 유연한 헌법해석 기대

[ 1월특집 ] 감염병 상황에서의 교회 (2)코로나19 상황 속 유아세례 문제

김명실 교수
2021년 01월 04일(월) 10:37
교회의 신년예산 결의와 확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동의회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 성탄을 앞두고 온라인으로 실행되는 당회, 제직회, 공동의회를 출석으로 인정하는 총회 헌법위원회의 해석이 나왔다. 총회 임원회는 이 해석을 전국 노회를 통해 지역교회들에 신속하게 전달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문화가 장기화되면서 교회의 목회와 선교활동이 큰 위험에 처해진 작금에 적정한 응답이다. 지구촌을 삼킨 팬데믹 위협에 교회가 전통의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는 유연한 법해석으로 제 3의 문을 활짝 연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총회의 유연한 헌법해석과 신속한 통보를 필요로 하는 시급한 과제가 하나 더 있다. 이는 유아세례와 관련된 것이다. 감염병 위험 속에서 면역력이 약한 유아들을 위해 거의 1년 동안 유아세례를 보류했던 교회들은 이번 성탄절이나 신년주일, 혹은 주현절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지난 성탄절을 앞두고 전국교회들이 거리두기 2.5단계에 해당하는 전격적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유아세례가 다시 보류될 상황에 놓였다. 거듭된 유아세례의 연기로 유아세례의 제한연령이 문제로 떠올랐다.

본교단의 유아세례가 만 2세까지로 제한되었기에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례를 실행하겠다는 교회들도 있고, 팬데믹 비상시국이 끝나면 제한연령을 초과한 유아에게도 세례를 베풀겠다는 교회들도 있다. 목회적 관점에서 필자는 두 입장 모두 이해된다. 하지만 두 입장 모두 방역수칙을 어기거나 교단헌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단 총회는 유아세례의 제한연령에 대한 신속하고도 유연한 해석을 내려줘야 한다.

선수의 부상이나 비디오판독(VAR) 등으로 경기가 잠시 멈춰졌을 경우,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는 지연된 시간을 연장시간 안에 포함시킨다. 감염병 비상시국 아래 비대면 예배가 권장되거나 행정명령으로 지시되어 유아세례가 보류되었다면, 팬데믹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지연된 시간 만큼을 연장시간 안에 포함해야 한다. 그러한 결정은 유아세례를 강행하겠다는 입장과 팬데믹 이후 법적 연령을 초과해도 세례를 주겠다는 입장 모두를 만족시키며, 국가의 법도 준수하고 교회의 법도 준수할 수 있는 제 3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한편, 한국 주요 개신교 교단들의 유아세례 나이는 대부분 만 4세까지이다. 본교단도 90년대 말까지 만 4세까지의 유아들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필자가 교구목회를 할 때에 유아세례 제한연령이 만 2세로 하향 조정되었는데, 당시에 전해졌던 이유는 만 4세이면 자기표현을 다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하였기에 부모의 신앙고백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에 대한 회의록 등의 문헌자료를 찾아보았으나 그 이유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90년대 말에 갑자기 하향조정을 한 본교단을 제외하면 유아세례 전통을 지키는 교단들 중에 그 연령을 만 2세까지로 제한하고 있는 교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러 이유로 만 2세까지의 기회를 놓친 가족의 고통과 먼 훗날 생겨날 수 있는 당사자의 고통을 생각해보라.

간혹 세례를 받지 않아도 구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쉽게 말하는 자들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세례는 무엇인가? 단지 교회의 형식적인 의례에 불과한 것인가? 구원과 관계가 없다는 표현은 성례, 즉 세크라멘트에 대한 신학적이고 경험적인 이해의 부족에서 온 것이다.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살며, 예수의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는 구원과 구속의 표지행위이다. 즉 세례 자체가 구원은 아니지만, 우리는 가시적인 세례의식 안에서 불가시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고 경험하며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리키는 구원의 표지(sign)이다. 그러므로 생명과 은혜의 강가인 세례성례전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한다.

어떤 이는 부모의 신앙고백으로 유아세례를 받고, 어떤 이는 아동이나 청소년 자신의 고백으로 세례를 받으며, 어떤 이는 성인으로서 신앙을 고백하고 헌신을 다짐하며 세례를 받는다. 그러나 본교단에서는 아직까지 오직 유아세례와 성인세례만 실행하고 있다. 20세기 중엽부터 오랜 신학적 논의를 거친 후에 미국의 개혁전통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교단들이 유아세례와 아동세례 모두를 실행하고 있다. 모든 연령, 모든 세대가 주님의 세례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도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는 교파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교회들이 유아세례, 아동과 청소년세례, 성인세례를 모두 실행하고 있다. 이것은 20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의 또 하나의 결실이다.

조금 늦었지만 본교단에서도 현재 아동세례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선교부에서 헌의한 후 헌법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지난 104회 총회를 통과했다. 마지막 과정으로 헌법개정위원회가 개정안을 105회 총회에 상정하였지만, 온라인 총회로 인해 그 개정안이 다뤄지지 못했다. 그 개정안에는 아동세례(7-12세)의 신설을 포함하여 유아세례의 연령을 만 6세까지로 조정하고, 유아세례자의 입교를 현행 만 15세에서 만 13세로 변경하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수년 동안 여러 위원회의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 나온 것이기에 106회 총회에서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모든 헌법의 개정은 총회결의와 노회수의 과정에 달린 것이니, 기도하며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만일 유아세례의 나이가 만 6세까지 연장되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106회 총회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릴 동안, 총회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유아세례 제한연령에 대한 유연한 해석을 통해 목회와 선교의 혼란을 막고 질서를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공동의회에 대해 길을 열어준 우리 총회가 이번에도 교회의 목회적이고 선교적인 유익을 위해 유연한 헌법해석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다.



김명실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예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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