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남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 목양칼럼 ]

이춘복 목사
2021년 01월 08일(금) 13:28
필자의 목회 사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새벽기도이다. 하루의 첫 시간을 주님 앞에 나와 바치고, 주님이 주시는 말씀으로 내 가슴을 채우고,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영성 훈련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인들을 그렇게 가르쳤고, 감사하게도 우리 교인들이 잘 따라 주셔서 점점 더 많은 성도가 새벽에 나와서 기도하는 거룩한 습관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모든 교회가 다 마찬가지였겠지만, 이번에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면서 새벽기도회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의 젖줄처럼 생각했던 새벽기도를 드리지 못하니까 꼭 숨통이 막히는 것 같았고, 야곱처럼 머리만 대면 어디서나 잠을 잘 자던 사람이었는데 불면증으로 시달리기까지 했다. 불투명한 교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고, 이러다가는 결국 교회가 문을 닫고 망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더 이상 가만히 꺼져가는 등불을 쳐다보고 있을 수만 없었다. 그래서 교인들이 모일 수 없다면 나 혼자만이라도 성전에 등을 다시 밝히고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첫날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해서 텅 빈 예배당에 들어가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땅히 성도들이 가득 차 있어야 할 예배당에 아무도 없고 적막함이 흐르는데 그것에 저에게 너무나 낯설었기 때문이다. 사실 첫날은 어떻게 예배를 인도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텅 빈 예배당에서 마치 허공에 대고 소리를 치는 것 같이 혼자서 설교하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고 막막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예배를 마치고 강대상 남아서 기도하는데, 그 옛날 엘리야가 하나님 앞에서 "이제 나 혼자 남았습니다"라고 했던 고백이 생각났다. 꼭 나 혼자 남은 것 같았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그날 이후 매일 아침 동영상으로 새벽기도회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우리가 예배당에 모였던 그 수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교인들 중에는 집이 너무 멀어서 본교회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지 못해서 늘 아쉬웠는데, 이제 어디서나 본교회 새벽기도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새벽기도회는 실시간으로 꼭 중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성도들의 고백을 들으면서 "나 혼자 남은 것이 아니었구나! 하나님이 숨겨두신 남은 자들이 이렇게 많이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더 이상 텅 빈 예배당이 아니라 원근 각지에서 은혜를 사모하는 성도들로 성전이 가득 찬 것 같은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느끼면서 매일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다니엘이 예루살렘 쪽의 창문을 열어놓고 하루에 세 번씩 기도했던 것 같이, 히스기야가 병들어 죽게 되었을 때 성전이 있던 쪽의 벽을 향하여 하나님께 기도했던 것 같이, 코로나19로 비록 예배당에 나올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마음을 성전을 향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듣고 이 땅을 고쳐 주실 줄로 믿는다.

이춘복 목사/경기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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