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도 성실, 일도 성실" 양식장 직접 운영하며 새우 6톤 출하

[ 이색목회 ] 강화도 새우 맛집 '두리십리' 사장 박성원 목사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01월 01일(금) 14:02
복의근원교회 박성원 목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새우 양식장을 소개하고 있다.
박성원 목사 가족.
"목회도 성실, 일도 성실, 겸손한 마음으로 주어진 사명을 균형 있게 감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수욕장 인근 맛집으로 소문난 '두리십리' 박성원 사장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종묘 새우를 양식장에 입식한 후 11월 둘째 주 출하를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 온라인 주문을 받아 남은 냉동 새우를 배송하기 위한 포장 작업에 열중했다.

"2020년 출하한 마지막 새우예요. 하나님의 은혜로 품질 좋은 새우를 생산하게 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바다 근처 새우 양식장과 그 새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박 사장의 입에서 '목회'란 단어가 서슴없이 나왔다. 그러면서는 온통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 이어졌다. "새우 양식을 하면서 겸손을 배웁니다. 새우가 예민한 생물이라서 작은 욕심이라도 부리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새우를 기르면서 목회자인 저 자신을 다스리며 훈련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죠."

바닷가 새우양식장 대표이자, 두리십리 사장으로 부끄럽지 않은 땀 흘림에 감사한 박 사장. 그는 뒤늦게 신학의 길에 올라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복의근원교회 담임목사이다. 2005년 부친에게 양식업을 배운 후 16년째 종사 중이다. 최근 3년은 마을의 이장 역할도 감당해 섬김의 본을 보였다.

"목회자가 되기 전부터 동막리에 거주했으니 주민과도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고, 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됐어요. 이웃집 어르신들은 여전히 '어이, 어이 박 목사'라고 저를 부르세요."

박 목사는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양식업을 병행한다. 9월부터 출하로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2개월 가량의 짧은 출하 기간은 박 목사에게 중요한 수확의 기간이다. "9월 1일 출하를 시작해 평균 4~6톤, 새우 12만 마리를 생산하죠.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기 전 출하를 마무리합니다. 별미인 새우를 드시기 위해 많은 손님이 두리십리를 찾아 주실 때 감사와 보람을 느끼죠. 손님의 50%는 목사님, 장로님이세요.(웃음)"

박 목사의 일과는 그 어느 목회자보다 일찍 시작된다. 매일 오전 4시 30분 새벽예배를 드린 후 한 시간 정도 새우 양식장 관리에 나선다. 최근에는 사료 공급 기계의 자동화로 양식업에 매이지 않게 돼 목회 사역 또한 큰 어려움이 없이 감당하고 있다.

박 목사는 "새우 양식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죠. 물관리가 안 되면 바이러스가 침투해 새우가 폐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며 "목회 사역도 정통 교회의 형태를 추구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 건물, 규모를 위한 성장과 부흥을 꿈꾸기 보다는 이웃과 마을을 위한 '심방 목회'를 지향하며 작지만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싱한 새우를 찾아 방문한 많은 손님으로 식당은 '만남의 광장'이 된다고 했다. 박 목사는 "1년 중 세 달 동안 운영되는 식당에서 서빙할 때 가끔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계신다"며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진실된 마음으로 섬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 특별히 시골 작은 교회의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로 인해 힘이 난다"고 감사했다.

박 목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새우 출하를 무사히 마쳐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다. 자비량으로 진행되는 목회 사역에 큰 힘이 됐고, 식당 옆 설립된 복의근원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설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박 목사는 "지난해에는 마을 주민 3명이 새신자로 등록해 세례도 받았다"라며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 은혜에 감사해 매년 출하하는 새우의 첫 수확은 마을 어르신, 보육원 등 복지시설에 선물로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같은 목회자 이중직이 '목회를 위한 이중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박 목사는 "이중직 목회자에겐 시간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균형을 잃지 않도록 본질을 지켜야 하며, 자립 목회가 가능하다면 이중직은 지양해야 한다"며 "하지만 시골 농어촌교회와 작은 교회의 상황은 이중직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어촌 교회를 비롯한 작은 교회의 고충에 좀 더 세심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목사의 아들 박상협 전도사(장신대 신대원)도 목회자가 되기 위해 아버지가 먼저 걸은 그 길을 걷고 있다. 박 목사는 아들 상협이가 더 많은 배움을 통해 교회보다는 마을과 주민을 위한 목회의 길을 걷길 희망했다. 그러면서 작은 새해 소망을 전했다. "동막해수욕장 마을에 아직 교회가 없습니다. 복의근원교회가 복음의 영역을 확장해 마을을 섬기고 관광객들을 섬길 수 있는 교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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