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

[ 사설 ]

한국기독공보
2020년 12월 22일(화) 10:58
매년 대학교수들이 선정하는 우리 사회를 의미하는 사자성어가 2020년은 '아시타비(我是他非)'로 결정됐다. 신조어인 이 사장성어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이라는 뜻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하는 것은 모두 바르고, 다른 모든 생각은 잘못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1년을 코로나19 정국에서 지냈다.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방역활동을 잘해 왔던 우리나라는 연말을 앞두고 고개를 들기 시작한 대확산까지 합치면 3번의 코로나 확산 위기를 맞았다. 현재 진행되는 대유행은 확산 경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폭넓게 전파되고 있지만 지난 2차례의 대확산은 한국교회와 무관하지 않았다.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도 교회가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로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나는 아니다'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치권의 양극화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4월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와 이후 정치권의 행보는 우리의 저급한 정치 현실을 그대로 드려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협치는 기대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막말과 폭언은 국민들을 점점 더 정치권에서 멀어지게 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 또한 교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정치권을 향한 교회의 입장은 물론,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교회 시각 또한 '내로남불'이다.

이번에 선정된 '아시타비(我是他非)'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사장성어 또한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의 '후안무치(厚顔無恥)'이다. 설문에 응답한 교수 절반(54.2%) 이상이 타인의 입장이 아닌 '나'만을 생각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한국교회 또한 이같은 결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부끄러움을 알고 한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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