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나무를 찍어 넘어뜨리는 분들

[ 목양칼럼 ]

서범석 목사
2020년 12월 25일(금) 12:54
목회 초창기 때 교만과 무식으로 똘똘 뭉쳐 모든 것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강사도 부르지 않고 모든 교회의 프로그램들을 내가 다 하려고 했다. 부흥회도 각종 세미나도 모두 외부 강사를 부르지 않았고, 교우들에게 그것이 또한 자랑인 것처럼 말했다. 물론 내 부족함을 깊이 경험하는 기회는 되었으나,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서 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이웃 교회에 지혜로운 목사님 한 분이 계신다. 그분은 늘 내게 묻는다. 그리고 내가 말해준 것을 듣고 나보다 훨씬 잘 해내고, 때로는 나를 강사로 불러서 성도들과 함께 배운다. 결과는 나보다 훨씬 목회를 잘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게 배운다. 그분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능력이 있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자신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참 겸손한 목사님이시다. 세상에는 고수들이 많다. 내가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을 나무를 단번에 찍어 넘어뜨릴 수 있는 전문가들이다. 모범적인 선배들도 있다. 그분들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는 길을 알고 있다. 이분들과 가까이하는 것이 때로는 책을 가까이하는 것보다 유익할 때가 많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머리보다 더 많은 정보가 컴퓨터와 인터넷에 있어서 누구든지 그 정보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다. 다 외울 필요도 없고, 혼자서 다 감당할 필요도 없다. 다만 '어디에서' 그것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만 알면 된다. 곧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인정받던 노하우(Know How)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 인적 물적 자원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노훼어(Know Where)의 시대에 살고 있다.

혼자는 여럿을 이길 수 없고, 혼자 가질 수 있는 역량은 결코 관계의 역량(Networking Power)을 이길 수 없다. 나보다 탁월한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능력이라는 것을 배워간다.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두고, 동역자로 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알아간다. 하나님은 내게 모든 것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겸손과 사랑으로 돌아보면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지혜자를 옆에 두셨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내게 주시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내가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내가 하지 못하는 부분은 다른 이들의 지혜와 능력을 초청하여 해결하는 것, 이것이 내게 허락된 최고의 지혜임을 알아간다. 다른 사람의 능력과 지혜를 받아들이는 겸손이 가장 좋은 스승임을 새삼 느끼고 있다.

특별히 우리는 참 좋은 시대에 살아간다. 안방으로 선생님을 초대하여 배울 수 있는 유튜브, 또한 그런 분들과 관계할 수 있는 각종 SNS가 있다. 내 부족함을 채워줄 고수들은 많다. 그분들을 살피고, 조언을 구하고, 초청하여 성도들과 함께 배운다면 내가 넘어뜨리지 못하던 나무를 좀 더 쉽게 넘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

서범석 목사/주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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