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기의 교회

[ 주간논단 ]

양혁승 교수
2020년 12월 18일(금) 10:00
우리는 세기적 대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대변혁일 수도 있다. 구글의 CEO인 순다르 피차이는 "인공지능은 인류가 발명한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중대한 발명이 될 것이다. 그것은 불이나 전기가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보다 더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변혁의 파고가 우리의 일상에 미칠 전면적 영향의 일면을 미리 맛 보여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연속적 대변혁은 우리를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한다. 과거의 경험에 근거한 예측이 무의미해지고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된다. 이럴 때일수록 기존의 질서와 행동규범에 매어있는 사람들은 갈피를 못잡고 불안해한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에 집중하되, 형식에 있어서는 파격적으로 유연할 필요가 있다.

형식은 당초에 본질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는다. 형식이 전통이 되고 본질처럼 취급될 때 형식이 본질을 삼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본말전도(本末顚倒)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대변혁기는 새삼 본질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본질과 뒤섞여 있는 형식을 최대한 벗겨내는 작업을 통해 본질을 명확하게 확인하면 할수록 우리는 형식에서 더욱 더 유연해질 수 있다.

교회도 불연속적 대변혁기라는 도전 앞에 직면해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회이다. 형식 차원의 전통을 지키려는 입장에서 보면 위기처럼 보이겠지만, 본질을 회복하고 시대적 변화와 시대적 요구를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유연하게 찾아갈 수 있는 기회이다.

믿음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아비 본토 친척집을 떠났던 아브라함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님의 약속에 의지하여 '불확실성 속으로의 부르심'에 반응하는 행위이다. 자신이 안전판으로 생각하는 전통이나 형식에 안주하지 않고 떨쳐 일어나 불확정성 속에서 본질을 회복하는 길로 나아가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창조적 개척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대전환기에 그 사명을 감당하기에 최적임자는 믿음의 사람들이어야 하며, 그러한 믿음의 사람들을 키워내는 곳이 교회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공동체가 믿음의 훈련장이 되려면 공동체 차원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 현실 안주, 전통적 형식 고수, 기존 틀의 수호자에 머물면 안 된다. 그 점에서 교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진보적일 필요가 있다.



양혁승 교수/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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