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때 임하신 주님의 은혜

[ 목양칼럼 ]

공진수 목사
2020년 12월 15일(화) 09:24
내가 섬기고 있는 목양교회는 매월 넷째 주일 세례식이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매달 세례예식을 진행했었다. 매달 세례 집례를 인도할 수 있는 은혜, 매 달 세례받는 교인이 생겨나는 교회, 매달 세례 받겠다고 결단한 초신자가 등록하는 교회에서 목회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님 앞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2019년 7월 마지막째 주일 진행된 세례예식은 그동안 내가 집례했었던 세례 예식 중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은혜로웠으며 내가 가장 많이 울었고 가장 인상 깊었던 세례예식이었다.

이날 세례예식에는 총 4명의 세례 대상자가 있었다. 성인세례 대상자 3명, 유아세례 대상자 1명, 이렇게 총 4명이었다. 이 세례식은 크게 두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첫 번째 특징은 그 날 세례에 참여하는 세례 대상자 4명 중 3명이 한 가족이었고, 이 3명이 3대에 걸쳐 있었다는 점이었다. 즉, 그날 세례 대상자는 한 가정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딸, 그리고 그 딸이 출산한 생후 6개월 된 '김재하'라는 아이, 이렇게 3명이었다.

이날 세례식의 두 번째 특징은 이날 세례 받은 4분의 세례를 받는 동기가 모두 같았다는 점이다. 이 4분의 세례 대상자가 세례를 받는 이유는 모두, 자신들의 가정에 있는 어린 아이의 질병과 고통 때문이었다. 3대가 세례를 받기로 한 '재하' 가족 중에서 '재하'는 태어날 때부터 망막이 생기지 않아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볼 수 없는 아이였다. 또 다른 한 분의 세례 대상자 역시 한 아이의 엄마였는데, 이 엄마의 5살 된 딸 역시 선천성 질병을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교회로 등록하여 세례받기로 결단하게 되었다. 이날 세례 대상자 중 한 명인 "재하"의 엄마는 세례 간증문에 이런 간증을 기록했다. 자신이 교회에 처음 등록할 때에는, 하나님께서 아들 '재하'의 눈을 기적적으로 고쳐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고 예수님을 만나고 신앙이 자라나면서 자신의 기도제목이 점점 바뀌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주셔서 아들 재하가 앞을 볼 수 있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만약 아들 "재하"가 계속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할지라도, 그 아들의 인생을 감당할 수 있는 믿음과 그런 아들을 계속 지지해주고 품어주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자신을 인도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는 간증이었다.

세례식이 시작되었다. 재하의 할머니에게 먼저, 그리고 재하의 엄마에게 세례를 베풀고 그 다음 재하의 작은 머리에 손을 대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었다. 그리고 '재하'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였다. "예수님! 이 어린 아들 재하에게 예수님이 진정한 구세주가 되어 주시옵소서. 예수님, 평생 이 재하의 인생에 인도자가 되어주시고, 이 아들이 앞길을 인도하여 주옵소서! 전능하신 예수님의 펴신 팔로 이 아들의 눈을 어루만져 주셔서 볼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기도하는 나의 눈물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세례를 베푸는 집례자도 펑펑 울고, 세례 받는 재하의 엄마도, 재하의 할머니도 울고, 그 사연을 들으며 그 세례식에 함께 참여한 3부 예배 700여 명의 성도들 모두도 펑펑 울게 된 눈물의 세례식이었다.

망막 손상으로 앞을 볼 수 없게 태어난 생후 6개월 된 작은 아이 "재하"를 통해 하나님은 할머니와 엄마를 교회로 인도하셨고, 목양교회 담임목사인 나와 전 교인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은혜 충만한 세례예식을 경험하게 했다. 한 작은 아이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하나님의 신비한 역사는 지금도 모든 교회에서, 모든 성도들의 삶을 이끄시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 자리를 크고 놀라운 은혜로 가득 채워 가실 줄 믿는다.

공진수 목사/목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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