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이크로카피'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0년 12월 10일(목) 17:04
글을 보는 사람에게 말로서의 친근함도 느끼게 하는 마이크로카피 기법은 요즘 온라인 소통의 중요한 트렌드다.
명절 때마다 여기저기 걸린 현수막을 보면 이런 문구가 많다. '행복한 명절 되세요!' 그리고 식당들도 이런 문구를 써 붙인 곳이 많다. '아침 식사 됩니다.' 이런 문구를 보면 '되다'라는 수동태 표현을 사용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사용자 지향'이라는 측면에서도 불편하다.

필자는 학부에서 교직 과정을 이수하느라 고등학교에서 한 달 동안 교생실습을 했는데, 그때 교육에 관해 많은 걸 배우고 익혔다. 지금도 생각나는 건, 수업시간에 교육목표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것을 교사 입장이 아니라 학생 입장으로 서술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 하게 한다'가 아니고, '나는 … 할 수 있다'라고 진술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목표 진술은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난 30여 년 내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요즘처럼 수용자 중심 또는 학생 중심 교육을 지향하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에서 언급한 문구들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 '명절을 행복하게 보내세요', '아침 식사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SNS 시대, 특히 구독자를 철저히 고려하는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대세인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

얼마 전에 사용자 배려를 원칙으로 삼는 UX(user experience)와 UI(user interface)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이들 디자이너들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글자 또는 짧은 글쓰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어떻게 글을 써야 사용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신속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UX, UI 디자이너들은 이것을 항상 고민한다. 그들이 고민하는 글쓰기가 바로 마이크로카피(microcopy)이다.

'글은 글자이면서도 동시에 그 글자를 보는 사람에게 말로 흥미롭게 들려야 한다.' 이것이 요즘 글쓰기 원칙인데, 음성을 제공한다는 게 아니라 글 자체가 소리로 들리는 느낌을 갖게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로그인'보다는 '어서 오세요'가 사용자들에게 더 따뜻하게 들리고, '장점'이라는 글보다는 '여러분에게 유익합니다'가 더 기분 좋게 들리지 않는가.

이종록 교수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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