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비 좀 더 주세요

[ 목양칼럼 ]

서범석 목사
2020년 12월 11일(금) 09:40
"하나님 제가 천국에 가면 얼마나 많은 상을 받을까요?" 어느 날 큰 기대를 가지고 주님께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네가 받을 상은 없다." 왜 받을 상이 없는지 물었을 때 주님은 제게 이런 감동을 주셨다. "너는 목회하면서 대접받기만 했지 대접한 일이 없지 않냐?"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변명이 떠올랐다. 상가 임대할 돈이 없어서 한 주 한 주 시문화원 강당 빌려서 개척하고, 카드빚으로 상가 임대하고, 자녀들 학원 한 번 보낸 적 없이 개척한 후에 지금까지 가난하게 살아온 개척교회 목사에게 상이 없다니... 여러 가지 변명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우리 주님의 감동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그 주일 교회 앞에서 주님께서 제게 주신 감동을 그대로 전했다. 주님께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대접한 적이 없다고 천국에서 대접받을 일 없다고 하시는데, 이제부터 대접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성도들에게 대접받는 것보다 대접하는 목사가 되고 싶으니, 사례비를 올려달라고 했다. 그때는 개척한 후 시간이 흘러 사례비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물론 교회는 제 말을 오해 없이 기쁘게 받아주었고 사례비를 올려주었다. 담임목사가 대접받는 것보다 대접하는 목회를 하겠다고 하니 기쁘게 여겼고, 그 이후로 기회가 되는 대로 대접하려고 한다. 물론 성도들에게 대접받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지만, 그래도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대접하지도 않으면서 대접하라고 설교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는데, 이 일이 후로 대접하라는 권면을 더 많이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서로를 대접하면서 너무나 행복해한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목사는 조금 대접하는데, 성도들은 서로를 넘치도록 대접한다. 저는 흉내 내는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데, 성도들은 최선을 다해서 한다. 목사가 사례비를 올려달라고 하는데 목사의 말을 기쁘게 받아주는 성도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

그때 이후로 저는 제 자신과 성도들의 재물을 위해서 기도할 때 언제나 이렇게 기도한다. "나누고 베풀고 섬길 수 있는 물질을 주세요." 구제할 것이 있기 위하여(엡 4:28) 기도한다. 너무나 미미하고 부족한 대접이지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가끔씩이기는 하지만 성도들도 제가 식사비나 찻값을 낼 때 너무 행복해한다.

물론 지금은 호봉제로 사례비가 결정되기 때문에 올릴 여지가 없지만, 연말이 되면 종종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례비 좀 더 주세요." 올해도 또 할까 싶다. 웃으면서 말하고, 웃으면서 받아주니 참 감사하다.

서범석 목사/주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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