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기 극복 위한 교회 역할 기다린다"

2020년 후반기 WCC 실행위원회 리포트

배현주 박사
2020년 11월 18일(수) 07:38
WCC는 지난 9~13일 온라인으로 실행위원회를 갖고, 코로나19 대유행을 포함해 각국 교회가 직면한 어려움들을 공유하는 한편, 입장을 담은 성명을 내놓았다.
2020년 후반기 세계교회협의회(WCC) 실행위원회가 전반기처럼 코로나 사태를 감안 지난 9~13일 온라인 회의로 진행됐다. 아그네스 아붐 의장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교회와 사회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담아 연설했다.

정치, 경제, 사회, 기술공학, 종교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격변을 초래한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는 중요한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팬데믹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부 권위주의적 정부들과 음모론자들,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을 비롯해 확산되고 있는 인종 차별과 외국인 공포증,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으로 곳곳에서 불안과 분열이 커지고 있다. 교회는 정부와의 협치, 그리고 보건당국과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 및 질서를 확보하고, 상호신뢰에 기초해 소통하는 사회적 자산을 증진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유엔도 전지구적인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종교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WCC는 팬데믹 상황에 대응해 '건강과 치유'에 관련된 프로그램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 영역에 대한 지역교회의 영적, 목회적, 사회적 사역을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과 더불어 트라우마 치유와 정신건강 회복이 절실한 주제로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가 초래하는 식량 위기도 심각한 문제로 다뤄졌다. 교회는 지역민들의 건강과 치유를 위한 돌봄 사역에 관심을 갖는 한편,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질병을 극복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세계교회는 9월 시작된 올해의 창조절을 특별히 '지구를 위한 희년'으로 기념했다.

이번 WCC 실행위원회는 두 가지 성명을 채택했다. 하나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무력 갈등에 관한 것이다. 아르메니아는 세계 역사에서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나라다. 아르메니아는 이 전쟁으로 인해서 100여 년 전에 오스만 제국(현재 터키)에 의해 자행된 인종학살이 재현되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하나는 유혈사태로 지역 공동체들이 파괴되고 있는 에티오피아 상황에 관한 것이다.

현재 WCC 본부가 위치한 제네바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률이 지난 3월에 비해 3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현 상황으로는 백신이 예상대로 개발돼 공급된다고 해도 내년 6월로 연기된 중앙위원회가 계획 대로 열릴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2021년 2월에 비상 실행위원회가 모여 중앙위원회의 개최 여부와 진행 방식에 관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세계교회는 팬데믹의 역경과 도전 속에서도 시대의 표징을 분별하고, 함께 기도하며, 전 인류적 난국을 창조적으로 헤쳐가려는 의지를 모았다. 지난 여름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하면서 WCC 역사에서 최초의 비대면 행사인 '세계 기독교 여성 한국 순례'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한국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그리고 에큐메니칼 여성단체들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이 순례대회는 선례가 없는 비대면 국제대회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던 WCC 공동체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하여 WCC 관계자들로부터 감사의 표현을 여러 차례 듣게 됐다. '세계 기독교 여성 한국 순례'는 한국기독교가 새로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세계교회의 연대와 협력에 내용적으로 크게 기여한 사례로 평가된다.

배현주 박사 /WCC 실행위원·총회한국교회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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