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교회 상생을 위한 '강단교류'

[ 논설위원칼럼 ]

김한호 목사
2020년 11월 16일(월) 09:46
'농어촌'은 우리 삶의 터전이었다. 도시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거의 모든 곳이 흙이었다. 흙을 밟고, 흙에서 뛰놀며, 흙에서 자라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담겨 있는 곳이 바로 농어촌이다. '흙'에는 '생명력'이 있다. 이 생명력 넘치는 터전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던 농어촌 지역이 최근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모든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게 되면서 농어촌을 이끌고 나갈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갈수록 고령화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에게 풍성한 사랑을 베풀어준 농어촌 지역이 이제는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한국교회는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도시교회나 농어촌교회 할 것 없이 모두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독특한 형태의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면서 예배가 무너졌고, 기도가 무너졌고, 교회의 모든 사역이 중단되면서 동력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큰 교회들은 온라인예배나 잘 개발된 콘텐츠로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지만, 농어촌교회는 모든 것이 '올 스톱(All-Stop)' 되면서 문을 닫게 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농어촌교회의 목회자들은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고, 모든 '의욕'들이 사라지게 되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되었고, 교회가 운영되지 못하는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더 가중되었다.

총회 보고서에 의하면, 통합측 전체 교회 9190개 교회 중에 약 33%에 해당하는 3038개 교회가 농어촌교회이다. 그리고 농어촌교회 중 약 40%인 1245개 교회가 '자립대상교회'이다. 이처럼 농어촌교회는 다수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별히 농어촌교회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항존직들이 은퇴를 하게 되면서 뒤를 이어 교회를 이끌고 갈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에 공동의회나 제직회는 물론 '폐당회'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행정적인 처리가 되지 못하고,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농어촌교회를 위해서 한국교회가 이들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도·농교회 동반성장을 위해 주로 '재정지원'의 차원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회적인 도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고, 돈을 주는 교회와 돈을 받는 교회 간의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도움은 결국 농어촌 목회자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게 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농어촌 지역의 목회자와 도시 지역의 목회자가 함께 교류하는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보통 교회들이 헌신예배나 부흥회 강사를 초청할 때 잘 알려진 목회자나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을 초청하여 집회를 가진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의 목회자를 초청하여 말씀을 듣는 일은 거의 없다. 필자의 교회는 추수감사주일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이 되면 농어촌 지역의 목회자들을 초청하여 말씀을 듣고 있다. 강단교류를 통해 그들의 상황을 직접 듣고, 함께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교제의 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회적이고, 금전적인 도움을 넘어서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해질 수 있다. 성도들도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의 말씀을 통해 신선한 도전과 은혜를 받고, 자발적인 도움의 손길도 뻗치게 된다.

농어촌의 사랑을 받고 자라온 우리가 이제는 그 사랑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삶의 터전이었던 농어촌을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다수의 농어촌교회를 회복시키는 것은 결국 한국교회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것이 중단된 한국교회, 특히 농어촌교회의 회복을 위해 모두가 힘써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강단교류를 통해 농어촌교회를 섬김으로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가 함께 공존해 갈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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