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교회'로의 회복...'공공성'을 회복하는 것

[ 11월특집 ] 총회 주제해설 (5)선교적 교회와 공공성의 회복

이병옥 교수
2020년 10월 29일(목) 10:30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왜 예배를 드려야 되는지, 우리를 지나치게 비판하는 세상과 우리의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를 자성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주여! 이제회복하게 하소서"라는 표어는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의 회복을 위한 회개의 기도이며,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인 우리가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세상 가운데서 역사하고 계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를 섬기면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다. 다시 말하면 교회가 세상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섬기는 선교적 교회가 되는 것은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인 동시에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으로써, 교회가 세상 가운데 선교적 교회로 존재하는 한 공공성은 교회의 존재 양식이다.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 회복에 대한 논의는 자연스레 교회의 공공성의 회복에 대한 논의로 연결된다. 교회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교회의 공공성은 당연한 것이지만, 공공성에 대한 회복은 자칫 잘못하면 세상의 기준에 교회를 맞추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하지만 교회의 공공성의 회복은 교회가 자신의 본질과 정체성을 회복함으로써 교회가 세상과의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그동안 한국교회는 특정한 지역에 지역 교회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보다는 교회의 필요를 먼저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면이 강했다. 구원론적 측면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자를 자처하면서 멸망하는 세상으로부터 구원받기 위해서는 교회 안으로 와야만 하는 노아의 방주로서의 교회론을 강조해 왔다. 문화적으로는 발달한 서구 문화의 전달자로서 언제나 세상을 가르치고 계몽하는 존재로서 살아왔다. 나라가 망해 가고 일제 식민지를 경험하는 상황에서 근대화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근대화의 선구자로서 긍정적으로 인정하였다. 남북의 분단을 경험하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급격하게 변화했던 1980년대까지 교회는 도시/농촌 사회가 변화된 상황 속에서 제공해 주지 못하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기능들을 적절하게 제공해 주는 역할을 감당하였다. 어떤 면에서 이때까지는 교회 나름의 대사회적 공공성을 가지고있었다. 하지만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교회의 태도는 세상 사람들을 가르치는 '문화의 선생'이었다.

1990년 이후에 세상이 문화적으로 발전하면서 교회는 현재까지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데, 변화된 시대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세상에 대해 기존에 취했던 태도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세상을 위한 존재로서 살고자 나름대로 노력해 왔지만, 교회는 세상과 함께하는 존재로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데는 익숙하지 않았다. 이러한 교회의 세상을 향한 교회 중심적인 일방적 관계 설정은 교회로 하여금 교회가 어떻게 세상과 관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잊게 만들었다. 따라서 교회의 공공성 회복은 단순히 교회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대사회적으로 성공했던 공공적 기능의 복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된 시대와 상황은 교회로 하여금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세상 속에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 것을 요청하고 있다.

선교적 교회교회가 자신의 본질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선교적 교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선교'를 교회의 다섯 가지사역(예배, 선교, 교육, 봉사, 친교) 중의 하나로 생각하면서 선교를 교회의 프로그램이나 행위로 이해하는데, 이것은 성경이 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성경(요17:18~26, 요일 4:7~13)은 선교의 주체가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시라고 분명히 말한다. '선교'의 문자적 의미는 '보냄' 또는 '파송'인데, 성경이 말하는 보냄으로서 선교는 성부께서 세상으로 성자를 보내신 것을 의미한다. 요한일서 4장 9~10절은 이 파송 사건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임을 밝힌다. 따라서 선교는 교회의 선교가 아닌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이다. 하나님의 선교는 본질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의 사귐에 근거하며 그 사랑이 드러난 것이다.

하나님께서 선교의 주인이시기에 세상 가운데서 행해지는 하나님의 선교를 섬기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다. 세상이 하나님의 선교의 장이며, 모든 교회들이 위치한 지역이 선교지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가 선교지이다. 따라서 교회는 성령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자신이 위치한 지역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선교를 분별하면서 그것을 섬기기 위해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신실하게 반응해야 한다. 세상이 하나님의 선교의 장이라면, 교회의 선교는 본질적으로 공공적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선교의 차원에서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는 우리에게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협력을 요구한다. 세계화와 지방화는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와 같은 공동의 문제로 교파 간의 협력을 넘어 세상 안에 있는 다양한 그룹들과의 협력이 필요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의 경험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처럼, 우리가 늘 주도자가 아니라 때로는 다른 국가기관이나 사회 시민단체가주도하는 일에 조력자나 참여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가르치는 위치만이 아닌 배우는 위치에도 겸손하게 설 줄 알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한국교회가 자신의 선교적 본질과 정체성을 회복한다면, 그리스도의 몸 된 선교적 교회 공동체로서 한국교회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세상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교적 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의 빛을 따라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자 마음과 정성을 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를 섬기는 선교적 교회가 되는 것은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인 동시에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세상 가운데 선교적 교회로 존재하는 한 공공성은 우리의 본질적 존재 양식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병옥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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