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말랭이와 감사

[ 목양칼럼 ]

이준영 목사
2020년 10월 30일(금) 10:22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이나 성도들에게 있어서 '감사'라는 단어가 따라 다닌다. 특히 우리나라 추석 명절 때는 주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혹은 개인의 바람을 담아 선물을 나눈다. 한편 교회에서는 '추수감사주일'을 통해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찬양한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이 시기가 되면 필자는 천국에 가신 집사님이 생각이 난다. 진주에 내려온 그 다음 해부터 장신대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매주 월요일에 새벽기도회를 마치면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새벽, 매주 같은 일상처럼, 버스에 오르자마자 좌석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이내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서 중간 휴게소에 정차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리려는 순간, 제일 앞 좌석에 연세가 지긋하신 우리 교회 은퇴 여집사님이 계신 것이었다. 버스를 탈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집사님과 잠깐 인사를 나누고 휴게소에 내려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는 버스에 올라 내 자리로 가려고 하는데 집사님께서 내 팔을 살짝 잡으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작은 봉지에 담긴 감말랭이를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목사님! 항상 감사해요~ 작지만 가실 때 드세요!'라고 하시며 나에게 건네주셨다. 집사님도 건강상의 이유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치료차 가시는 길이었다.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나를 생각해서 감말랭이를 사서 오신 것이었다. 얼마나 감사하고 죄송했던지. 누군가의 손 내미는 것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될 때가 있다. 더욱이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는 더 큰 힘이 되기도 하다. 그 새벽에 원로하신 집사님께서 필자의 두 손에 쥐여 주신 감말랭이는 그저 간식거리가 아닌 위로였고 사랑이었고 감사였다.

감사는 환경보다 삶의 태도이다. 감사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반응하는 것이다. 마음으로만 감사하다고 여기면 되지 꼭 표현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사는 표현할 때 완성된다. 감사는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문제이다. 지금 우리는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 받은 바 은혜를 항상 기억해야 하며, 더 나아가 하나님께 감사하며,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시편 기자가 시편 103편 2절에서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감사의 이유가 세상이나 물질 등 변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있기에 언제나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가 신앙이고 축복이다.

이준영 목사/진주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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