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예배의 본질을 생각한다

[ 기고 ]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의 논쟁을 보면서

김수원 목사
2020년 09월 02일(수) 07:33
작금 한국교회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담보된 것으로 여겨져서 그런지 우려와 염려를 넘어 불안감마저 든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한국교회 위기의 요인은 무엇인가. 결국은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린 데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작금 논쟁점이 되어버린 예배에 대한 우리의 몰이해와 몰상식이 그 주범이라 하겠다. 코로나19 여파로 등장한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갈등 상황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교인과 목사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지정된 장소에 모이지 않는 예배는 진정한 예배라 할 수 없다. 예배는 생명과도 같다"라고 주장한다. 좋게 보자면 그만큼 대면 예배가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그 의미의 정도를 넘어 '순교할 각오로 대면 예배를 지켜야 한다'는 말로 연결 짓는다면 이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선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면 예배'란 지정된 장소에서 정한 시간에 함께 성도들이 얼굴을 마주 대하여 드리는 예배를 뜻하고, '비대면 예배'는 각자 흩어진 자리에서 서로 비대면으로 드리는 예배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신학적 논의의 과정을 통해 정해진 개념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일반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방역 당국에서 채택하여 사용하는 용어 정도로 이해함이 좋겠다. 교회에서는 흔히 공적 예배와 생활 예배로 불리는 부분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이 두 영역의 예배는 다 소중하고 귀한 일이다. 누가 이를 부정하랴. 하지만 교회 예배는 본질상 그 형태와 형식을 고정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공적 예배를 경솔히 여기거나 의식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소나 시간이 고정되어 있거나 장소나 환경에 따라서 예배가 더 훌륭한 것이 아니며, 언제 어디서나 어떤 형태와 형식으로든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할 수 있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 6항 참조)는 것이 공인된 우리의 신앙고백이다.

'대면 예배'에 대한 우리의 깊은 애정은 그동안 일상으로 여기며 '성전'(교회당) 중심으로 예배하던 우리의 고정화된 신앙의 틀에서 생겨났다고 본다. 사실 성전 중심적 예배 인식은 구약적 사고의 결과다. 복음 시대인 지금은 성전 되시고 대제사장 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곳이 어디든 각자(또는 신앙공동체)가 머무는 자리에서 하나님께로 나아감(하나님과의 대면)이 예배다. 이러한 개념규정은 신학적으로 이미 결론이 나 있는 상태다. 다만 예배의 효율성과 코이노니아(교제) 관점에서, 특정 장소에서 예배하는 공적 예배가 신앙적 전통으로 자리 잡아 온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힘들어하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교회가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새삼스레 왜 이 난리인가. 문제는 현재의 논란과 갈등 이면에 기독교계 내에 포진해 있는 보·혁 구조 속에서, 다분히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지는 정치·이념화된 정쟁의 도구로 예배를 수단화하고 있음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고약한 일이며 하나님 앞에 죄악 된 일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은 예배 본질이 아닌 예배의 형태와 형식에 관한 문제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예배는 어떤 경우나 누구라도 간섭할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생명 같은 소중한 영역이다. 심지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드리는 예배는 인간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 예배의 본질이 이러할진대, 본질이 아닌 예배의 '형태'나 '형식'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우리와 이웃의 안녕을 위태롭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래도 끝까지 고수해야 참 예배며 참 신앙의 모습인가? 예배자의 자세와 의무가 오직 그뿐인가. 지금 우리 사회가 교회를 향해 요청하는 것은 예배를 드리지 말라거나 예배 자체를 없애라는 얘기가 아니다. 속수무책인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대면 예배자들을 통한 확진자가 많이 생겨나니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예배의 '형태'와 '형식'을 달리해달라는 절박한 요청이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세상을 품어야 하는 한국교회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 것인가?!



김수원 목사

태봉교회·서울동남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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