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종교지도자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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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교 장로
2020년 09월 02일(수) 10:00
카라바조의 '다마스쿠스로 가는길에서의 회심'
바울은 믿음, 실력, 추진력을 갖춘 가장 이상적인 종교지도자였다. 성경에 대한 깊은 지식도 갖추었고 당시의 그리스 학문에 대한 견문도 넓었다. 또한 기독교인들을 탄압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에 대한 앎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기독교도들을 잡으러 다마스커스로 가던 길에 빛 가운데서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이리라.

회심 후 아라비아 사막과 고향 다소에서 10여 년간의 명상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숙성시킨 후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무장하여 목숨 걸고 복음을 전하였다. 바울은 성부 못지않게 성자와 성령의 존재를 부각시켜, 율법에 젖어 있는 사람들을 복음의 세계로 초대하였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저주로 여겨졌던 십자가(신 21:23)가 예수님이 피흘리심으로 인해 구원의 십자가(갈 3:13)로 바뀐 것을 열심히 전하였다.

오늘날의 종교지도자는 깊은 성경지식뿐만 아니라 넓은 세상지식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경이 변화무쌍한 지금의 세상사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도록 성도들을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울처럼 앞장서서 삶에 있어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화려한 학위를 앞세우고 큰 교회를 배경으로 세상을 호령하려는 일부 목회자들이 이단스럽게 변하는 것은 바울과 같은 회심의 전환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울'이 다마스커스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 '바울'이 된 사건도 영성깊은 예술가들에게 많은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 카라바조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의 회심'(1601, 캔버스에 유채, 230x175Cm,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로마)에서 사울을 비추는 빛은 자연의 빛이 아닌 사울만이 느낄 수 있는 영혼의 빛이다. 예수님이 부르시는 음성에 눈을 감고 받아들인다는 응답의 표시로 하늘 높이 양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말의 등에 있는 안장과 들어 올린 발, 그리고 사울에게 집중되는 빛은 방방곡곡을 힘차게 다니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라는 뜻을 은유한 것이다.

바울의 삶을 한 편의 시로 요약하면, "한평생을 불꽃처럼 살아낸/ 예수님 비서실장/ 잔병치레 해가면서도/ 작은 보퉁이 하나 걸쳐 메고/ 서방(西方)을 맨발로 뛰는/ 보부상이 되어/ 이브의 부끄러움을 수거하고, 대신/ 그 분의 사랑을 나눠주었다"(김철교의 사랑의 보부상 중 '서시', 시문학사).

필자가 신학석사과정 중에 야곱과 바울의 삶을 깊이 살펴보고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은 적이 있다. 야곱은 구원받은 평범한 성도의 대명사라면 바울은 종교지도자의 거울이다. 바울의 선교 중심 사상은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메시아)(고전 2:2)를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복음이다'(롬 3:28). 바울은 신약성서 27권 중에 히브리서를 포함하면 14권을 썼고 복음의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30여 년간 열혈 선교사로 활동한 가장 멋있는 종교지도자였다.



김철교 교수/전 배재대, 영신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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