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돌 지나 아버지 품으로

[ 기독미술산책 ] 박성남 작가의 '계승'

유미형 작가
2020년 09월 02일(수) 10:00
계승 _ 징검돌과 예배당이 보이는 풍경 488x173cm mixed meda, 2020
박성남의 회화는 박수근의 화법과 기독교적 세계관이 어우러진 현대사회의 단상을 보여준다. 그는 박수근 화백의 장남 박성남이다. 아버지 박수근은 초중고 미술 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근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정서 깊숙이 공감대를 가진 '국민화가'이다. 박성남은 말하기를 "아버지 박수근(1914~1965)은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황에서 이 땅의 착한 인물들을 즐겨 그리셨다. 선함과 진실함이 그림의 화두였다. 반면에 나는 자연과 인간의 생성과 소멸을 주제로 현대인의 욕망에 의해 자연의 모든 것이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기운을 잃고 움푹 파인 상처로 남기도 한다"라고 토로한다.

박수근은 암울한 시대 상황과 빈궁한 형편으로 독학화가로 생애 끝까지 이어갔는데, 평생 변변한 개인전 한번을 열지 못했다. 아들 박성남도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여 국내 활동을 하다가 호주에 정착 했으나, 아버지 박수근 작품 위작 논란으로 21년 만에 고국에 돌아온다. 일찍이 아버지는 18세에 당시 선전에 입선했고, 그는 19세에 국전에 입선 하면서 화가로 입문한다. 그의 화면은 아버지 박수근의 질감 영향이 있지만, 진일보하여 건축자재, 도예 재료 등 다매체 수법으로 3차원 조형미가 뚜렷하게 보인다. 아버지는 어두운 시대를 일깨우듯 생성 이미지를 담아냈고, 아들은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현대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관념적 이미지를 일상으로 녹여낸다. 더욱이 아버지의 신앙적 영향으로 기독교적 세계관과 복음 메시지가 함몰된 '층이 빛으로, 빛이 층으로'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는데 그는 교회 장로로 섬긴다.

화면에는 산등성 위에 아버지와 아들과 딸은 숨이 턱까지 오른 정상에서 숨을 고르는 정겨운 설정이다. 아버지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있고 바지 뒷주머니에는 핸드폰이 들어있어 과거와 미래의 시대적 상황이 공존한다. 주의 깊게 보면 아들 뒷주머니에도 핸드폰이 살짝 보인다. 핸드폰이란 현대기계문명이 만들어낸 대표적 문명이기로 언약의 말씀을 계승하는 표징이다. 아버지도 쓰고 아들도 쓴 안경 닮은꼴은 보이는 것 이상의 전통세습의 상징으로 작가적 위트가 담겨있다. 딸은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데 지난날 가족의 정겨웠던 추억의 반추로 추정된다. 큰 징검돌들은 거친 돌, 모난 돌, 쓸모없는 돌이었지만, 실존은 빛을 발하는 돌, 쓸모 있는 돌, 사람을 살리는 징검돌이다. '우리 주 예수님은 산돌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돌을 버렸지만, 그분은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머릿돌이십니다.'(벧전 2:4) 멀리 고향 마을과 고향 교회가 그곳에 있듯이 차근차근 징검돌을 지나다보면 하늘아버지 집까지 잇대어 닿으리라! 오늘도 보혈의 징검돌을 지나 아버지 집으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간다.

징검돌 되신 예수를 지나 아버지 품으로….



박성남 작가

개인전 25회 단체전 다수, 국전 입선 7회, 중앙일보대상전, 한국일보대상전

SWAF예술상, 한국인을 빛낸 장한 한국인 대상 '한국미술발전 공로대상' 수상



유미형 작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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