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에큐메니즘의 위기와 과제

정병준 교수
2020년 08월 17일(월) 00:00
20세기 기독교 에큐메니즘의 성과는 '오이쿠메네(oikoumene)'의 재발견이었다. 에클레시아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하는 사명을 가지고 존재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그 '땅끝'은 단순한 지리적 확장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이 거하는 '오이쿠메네'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20세기 교회 에큐메니즘의 방향은 교회 일치, 인류의 정의와 평화, 창조생명의 보전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신학 사상의 발전은 교회가 인류 역사의 비극과 모순을 경험하면서 형성됐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교회는 파시즘, 냉전체제, 인종차별, 가부장제도,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 체제가 초래한 빈부 양극화와 생태계 파괴 과정에서 교회도 분열되는 것을 경험했다. 에클레시아는 오이쿠메네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한국교회의 분열의 원인은 1950년대 냉전체제와 미국의 극우 근본주의 칼 매킨타이어의 영향과 깊은 관계가 있다. 칼 매킨타이어의 근본주의는 냉전, 백인우월주의, 전천년세대주의 종말론, 자본의 자유방임주의에 근거한 분열적 반에큐메니칼주의였다. 그는 미국에서 약화되는 ICCC를 확대하기 위해 한국전쟁 직후 모든 한국교회의 분열을 확대시켜 ICCC에 가입시키려고 노력했다. 한국에서 장로교 분열, 감리교 분열, 성결교 분열, 침례교 분열에 개입했고, ICCC 교단도 세웠다. 그러한 망령은 아직도 한국교회 안에 살아 있다. 역사적으로 백인우월주의 사상과 냉전이 없는 곳에서 근본주의는 무력했다.

20세기 말부터 세계교회 변화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 1000년 동안 유지된 유럽과 북미 중심의 기독교에 지형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기독교의 무게 중심이 남반구와 아시아로 이동해서 유럽과 백인의 기독교가 주류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음, 예전, 신학, 교육의 상황화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두 번째 특징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즘의 양극화가 극복되고 수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는 여전히 양극화를 사용해서 선명성 경쟁을 유지하려는 교회와 개인이 많이 있다.

세계교회와 한국교회 안에는 포스트 코로나 글로벌 경제의 붕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 예상된다. 첫째 차별을 정당화하는 새로운 파시즘 정치의 부흥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과 일본에서 극우 정치가 부상하고 있고, 특히, 일본의 우익은 코로나 위기를 이용해서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도 미·중 갈등 속에서 교회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신앙의 자유에 심대한 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만성적 바이러스 유행과 경기 침체는 가난한 사람과 약자를 희생시키는 제도를 굳힐 수 있다. 이미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 중 죽음으로 선택되는 대상은 노인과 빈자와 약자가 되고 있다. 교회는 이 질서에 수긍할 수 있을까? 셋째, 이러한 상황은 배금주의를 옹호하고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극우 기독교가 성장하는 토양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분단과 전쟁을 경험하면서 기독교 매카시즘이 강한 한국의 교회는 신학적으로 기독교 신앙과 우파 정치 이데올로기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이것이 한국 기독교가 "오이쿠메네"를 바르게 이해하는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넷째, 한국교회 해외 선교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선교 방향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교단의 코로나 사태로 현재 약 150개의 선교사 가정이 귀국했다. 세계교회와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해외선교사는 한국교회의 경제적 어려움과 연동되어 그 역할이 축소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경제적 자립구조를 갖추기 어려운 교육 선교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제, 개 교회 선교에서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선교정책과 선교 신학에 입각한 현지 교회와 협력하는 에큐메니칼 선교 활동이 절실하다. 다섯째, 교회는 젊은 청년과 여성에게 정당한 지도력의 자리를 정책적으로 내주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심각한 세대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전쟁경험 세대, 민주화 세대, 인터넷 세대 사이의 거리와 대화 단절은 교회 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전쟁경험 세대는 여전히 냉전 이념을 절대적 가치로 붙잡고 있고, 민주화 세대는 과거 기득권에 대한 적폐 청산을 중요가치로 여긴다. 극심한 실업과 기회 박탈을 경험하는 인터넷 세대는 이념과 민주화보다 개인의 자유와 공정성을 핵심 가치로 여긴다. 모든 세대가 분노를 가지고 살아간다. 현재 한국교회의 주도권은 여전히 전쟁 경험 세대에게 속해 있다. 이에 대해 수긍할 수 없는 세대는 교회를 떠나거나 가나안 성도로 머물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빠른 지도력 교체가 시급하다. 21세기 에큐메니즘은 한동안 이러한 예상되는 어려움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이쿠메네 안에 하나님 주신 생명을 살리는 운동, 정의와 평화, 교회의 공교회성을 실현하는 길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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