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수식어

[ 목양칼럼 ]

정현석 목사
2020년 07월 24일(금) 00:00
필자가 사역하는 태백시에는 '용연동굴'이라는 동굴이 있다. 길이 약 843m의 노년기 동굴로 다양한 동굴생성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루는 비 오는 날 가족들과 동굴관람에 나섰다. 전용 열차를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동굴 입구가 보인다. 안전모를 쓰고 설명을 들으며 입구로 들어가면 굴곡을 따라 아름다운 동굴을 감상할 수 있다.

퇴적된 석회암이 수백 년간 서서히 녹아 생성된 석회동굴 안에는 각종 종유석이 조명을 받아 눈길을 끈다. 계단과 넓고 커다란 동굴 중심부의 분수대를 지나면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곳에서부터 꾸불꾸불한 동굴의 신비로운 모습까지 동굴의 다양한 경관을 볼 수 있다. 보물찾기 하듯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오랜만에 어릴 적 탐험놀이를 했던 기억을 떠오르며 동굴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들어올 때 보지 못했던 팻말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국최고지대동굴-해발 920m'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아, 평범한 동굴이 아니었구나! 전국에서 제일 높은 동굴인지 알고 관람했으면 좀 더 의미 있게 관람을 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해발 700m의 고원 도시 태백에서는 모든 것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전국에서 제일 높은' 연못, '전국에서 제일 높은' 강, '전국에서 제일 높은' 교회…. 평범했던 장소가 평범하지 않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수식어이다. 같은 장소이지만 어떠한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그 장소는 특별한 곳이 된다.

우리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도 수식어가 붙으면 특별해진다. 생일, 기념일, 누군가에는 마지막 날 등의 수식어는 그날을 소중하게 만든다. 내 친구, 내 가족, 내 교회와 같이 나 자신이 수식어가 될 수도 있다. 무언가를 가치 있게, 혹은 무언가가 가치 있게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수식해준다면 감사의 은혜가 넘칠 것이다.

이제 우리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여보자. 목사 정현석, 아빠 정현석, 남편 정현석 그리고 가장 소중한 수식어 '하나님의 자녀' 정현석. 눈에 보이는 것만 보면 넓은 세상 속 우리의 존재는 초라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를 보면 그 무엇보다 우리의 존재는 소중해진다. 우리는 참새가 아니다. 독수리이다. 하나님의 땅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간다. 주님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진리의 수식어를 우리 이름 앞에 허락해주셨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세상이 우리의 삶을 짓누를 때, 실패로 무기력해질 때,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느껴질 때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만드는 역전의 수식어를 각자 이름 앞에 붙여 선포하자. '하나님의 자녀 OOO!'

정현석 목사/황지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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