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 목양칼럼 ]

정세용 목사
2020년 07월 17일(금) 00:00
코로나19로 인해 세상뿐만 아니라 교회도 큰 충격을 받고 변화하는 중에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희망하는 마음도 존중하지만, 코로나 한가운데서 적절한 대응방식을 찾는 다양한 도전에도 한 표를 주고 싶다. 우리 교회도 코로나로 인해 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상황에 따라 예배 방식의 변화를 꾀했다. 성도들 입장에서 보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며 불편하고 힘든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저 교회가 하는 일이니 믿고 따라주자는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 목회자 입장에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몇 년 전부터 교회 건물에 대한 보수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건축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외관 리모델링 작업을 아주 치밀하게 성도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진행했다. 작은 공사가 아니었지만 성도들의 전폭적인 수고와 헌신아래 잡음 없이 마쳤다. 한 숨을 돌릴 여유를 주고 이번에는 내부 리모델링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전처럼 성도들의 이해와 참여를 구하면서 진행했고 결과 아름다운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교회 사택과 손이 닿지 않았던 곳까지 모든 공사를 마쳤다.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일이었지만 일 원의 빚도 지지 않았다. 있을 법한 부정적인 말 한 마디도 들려오지 않았다.

내년이면 우리 교회가 50주년이 된다. 초대 목사님과 3대 목사님을 제외하면 2대 목사님과 4대 목사님이 각각 20년, 21년을 목회하셨고 필자는 5대 목사로 바통을 이어받아 만 7년째 사역하고 있다. 우리 교인들의 아름다운 정서를 바로 이 점에서 찾고 싶다.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는 목회자를 존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이해하고 수용하는 공동 유전자가 있다. 목회자라고 왜 실수가 없고 부족함이 없었을까? 나 자신만을 보더라도 생각조차하기 싫은 부끄러운 실수를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성도들은 한 번도 책망의 말이나 부정적인 언사를 쏟아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신기하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우리 성도들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고 귀하다.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바울이 로마서 16장에서 왜 그렇게 많은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들을 칭찬하고 있는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마냥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말없이 지켜보기에 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목회에 임하게 된다. 하나님의 지휘 아래 이렇게 좋은 성도들과 오랫동안 목회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정세용 목사/신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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