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 아래

[ 가정예배 ] 2020년 7월 17일 드리는 가정예배

김애란 목사
2020년 07월 17일(금) 00:10
김애란 목사
▶본문 : 마가복음 15장 33~41절

▶찬송 : 415장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며 평화운동가인 오에 겐자부로의 교육에세이인 '나의 나무 아래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오에의 고향사람들은 숲 속에 각 사람마다 '나의 나무'가 한 그루씩 있다고 믿고 있었다. 오에도 '나의 나무'를 가지고 자란다. 그 후 60년을 지나 고향의 숲 큰 나무 아래를 지날 때 자신의 나무에게서 "어떻게 살아오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듣는다. 오에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 자신은 소설을 써 왔던 것이 아닌가 되물으며 자신의 지난 생을 반추한다. 우리에게도 '나의 나무'가 한 그루씩 있어 어느 날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예루살렘 성 밖, 사람의 두개골을 연상시키는 골고다 언덕 위에 십자가 나무가 있다. 그 나무 위에는 '유대인의 왕'이라 쓴 패가 달려 있고, 그 나무 아래에는 구경 나온 백성들과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들이 저마다의 소리로 예수를 모욕하고 비웃는다. 심지어 자신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달린 양편의 죄인들까지 그들과 한가지로 예수를 비방한다. 죽기까지 따르겠다고 큰소리치며 예수를 따라 다니던 그의 열두 명의 제자들, 70명의 제자들, 주여 주여 하고 따라다니며 병 낫기를 구하던 그 많은 무리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 나무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예수를 아는 자들과 갈릴리로부터 따라온 여자들이 저 멀리 서서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마지막 숨을 거둔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39절)"고 고백한다. 누가복음은 "백부장이 그 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이르되 이 사람은 정녕 의인이었도다"라고 기록한다. 아무도 아는 척하지 않는 버림받은 나무 아래에서 누구도 볼 수 없는 하나님을 그는 보았던 것이다. 죽음의 십자가 앞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고백하며 영광을 돌린 백부장의 나무는 십자가 나무가 아니었을까? 아니 그 십자가 나무를 백부장은 자신의 나무로 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본문에는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부터 따르며 섬기며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많은 여자들의 기록이 있다(40~41절). 정작 보여야 할 제자들은 보이지 않는 그 곳에 여자들은 있었다. 그들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그들의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마가복음 16장에 나타난 대로 예수의 부활을 목격하는 최초의 증인이 되었다. 예수님 가신 길을 그저 묵묵히 말없이 끝까지 따르던 여인들과 이방인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책임자였던 백부장에게 예수의 십자가는 그저 형틀의 십자가가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일평생 그 나무를 잊지 못하고 그 나무를 '나의 나무'라고 고백하며 주님이 가신 길을 따랐을 것이다.



오늘의기도

하나님, 십자가가 '나의 나무'가 되기를 원합니다. 십자가 나무 아래에서 만난 예수 그리스도를 온몸으로 고백하며 살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애란 목사/동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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