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감사, 그래도 감사, 무조건 감사!

[ 목양칼럼 ]

이상훈 목사
2020년 06월 26일(금) 00:00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회 한 구석에는 행운목 한 그루가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다. 겨울에는 본당 뒤에 들여놓고 여름에는 복도에 내놓기를 몇 년, 쑥쑥 자라기만 하더니 작년 여름 꽃을 피웠다. 난생처음 보는 행운목 꽃과 그 짙은 향기라니! 행운목이 꽃을 피우는 식물이던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평생에 한 두 번 그것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고. 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포기 반 심정으로 올 여름을 기다렸는데 어느새 살포시 꽃을 피우고는 뽐내듯이 향기를 뿜어낸다. 이태 여름 연속으로 행운목 향기를 맡는 호사를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어느새 2020년 절반이 지나간다. 올해를 시작하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리라 나름대로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세계적인 재앙 앞에 연기하고 취소하고 포기하고 …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이유가 더 많다. 온라인예배를 드리며 텅 빈 교회당에 앉아 기도할 때 기적 같이 찾아온 사랑의 손길들. 행운목 꽃을 생각지도 않았던 것처럼 기대하지 않았던 손길들로부터 찾아온 사랑이기에 더욱 풍성하게만 느껴진다. '이 목사, 마스크 보내줄게. 필요한 곳에 써.' '선교헌금 보내드립니다. 목사님 힘내세요.' 친구, 선배, 지인들의 손길을 통해서 하나님은 나를 사랑의 빚진 자로 만드셨다. 받은 사랑만큼은 아니어도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려고 노력은 했지만 부끄러움뿐이다. 그렇다. 어둠 속에 있어야 빛이 보이고, 어려움 속에서 진짜 친구를 만나고, 내 계획이 무너져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맬 때,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르게 되는 법이다

위기는 늘 다가온다. 아니, 기독교 2천년 역사 속에서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복음은 늘 거대한 도전 앞에 있었고 하나님은 언제나 길을 열어주셨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상황은 감당하기 힘든 도전이기에 더욱 해볼 만한 싸움이다. 힘이 부치고 지혜가 없으니 내 힘과 지혜는 내려놓고 성령님의 능력과 지혜를 구하며 나아갈 뿐이다.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다시 꽃 필 날 오지 않을까?

하여 오늘의 감사일기에 한 줄 적어 넣는다. '하나님, 행운목 향기가 대박입니다. 이 멋진 놈을 우리 교회 보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향기를 맡게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향기를 맡을 코를 주셔서 감사하고요, 가끔씩 물을 줘도 죽지 않고 무럭무럭 커줘서 감사합니다. 우리도 이놈처럼 쑥쑥 자라다가 언젠가는 향기로운 꽃을 피울 날도 오겠지요. 그래서 감사하고 그래도 감사하여 무조건 감사입니다.'

이상훈 목사/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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