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착취 대상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

[ 5-6월특집 ] 7. 코로나19로부터 얻은 교훈

정원범 교수
2020년 06월 15일(월) 19:06
많은 사람들은 이제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뉘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앞에 전개되는 세상의 변화가 어떤 변화인가 하는 것이다. 즉 세상의 변화, 문명의 변화가 과연 인류의 삶을 건강하고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변화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문명의 전환을 기대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가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 죄인이라고 해서 모든 면에서 언제나 이기적인 존재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희망을 가져보면서 우리는 풍성한 생명을 누리기 위한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어떻게 이루어가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생명문명으로의 일대 전환을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과거의 대역병을 포함하여) 코로나19가 가르쳐주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발견해서 우리의 의식과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로, 코로나19는 인간의 잘못된 삶의 결과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있어서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가르쳐준다. ① 정상적인 일상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는 코로나19는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형성해온 문명은 살리는 문명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과 사회적 약자들과 생태계를 착취하고 약탈하면서 지구의 생명체계를 파괴해온 제국주의 문명이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인간의 문명을 생명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자연)을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② 코로나19는 인간의 문명이 생태계 파괴를 당연시해왔던 인간중심적인 문명이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풍성한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우리는 인간중심적인 문명을 지구중심적, 생명중심적 문명으로 바꾸어야 함과 동시에 인간의 안녕(행복)이 자연의 안녕(행복)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③ 코로나19는 인간의 문명이 무한 개발과 무한 성장, 무한 생산과 무한 소비,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탐욕적인 문명이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유한한 인간으로서 우리는 본래적으로 한계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④ 코로나19는 우리의 세계관이 영혼과 육체,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을 분리시키고 후자에 대한 전자의 지배를 정당화시켜온 이원론적인 세계관이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우리는 이원론적인 지배의식을 버리고 통전적인 평등의식을 가져야 한다. ⑤ 코로나19는 기독교가 지나치게 구원론만을 중시하고 창조론을 소홀히 여겨왔던 잘못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우리는 구속신학과 창조신학이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⑥ 코로나19는 기독교가 일상의 예배를 소홀히 여기면서 회집예배만을 강조한 잘못이 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우리는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것은 제사 드리는 것보다 여호와께서 기쁘게 여기시느니라"(잠 21: 3)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주일예배의 소중함 못지않게 일상에서의 삶의 예배의 소중함도 인식해야 한다. ⑦ 코로나19는 일부 목회자들이 모든 재난을 하나님의 심판으로만 인식하는 잘못이 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우리는 재난의 이유가 죄 때문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기 위한 재난도 있고, 크리스천이기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특별히 돌봐야 하는 사명이 주어지는 재난도 있고, 재난의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재난도 있음을 인정하면서 재난을 통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⑧ 코로나19는 일부 목회자들이 코로나19가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파악하려는 노력도 없이 무조건 회집예배만을 고집하여 다수의 확진자를 양산함으로써 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잘못이 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목회자는 신학공부 외에도 사회현상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을 하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⑨ 코로나19는 기독교가 모든 것을 교회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역사적,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던 잘못이 있음을 가르쳐준다. 따라서 생명의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목회자는 교회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기독교의 공공성 회복과 사회적 책임 수행의 근본적인 토대가 되는 하나님나라 신학(또는 공공신학)을 추구해야 한다.

둘째로, 코로나19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를 가르쳐주었다.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었고, 또한 그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② 일상의 소중함과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우쳐주었다. ③ 지구 세계의 모든 피조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과 그래서 모든 피조물은 공존, 공생해야 한다는 의식의 소중함을 가르쳐준다. ④ 모든 피조세계는 단순히 인간에게 종속된 부속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성이 담겨 있는(롬 1:20) 인간의 동료피조물이라는 인식의 소중함을 가르쳐준다. ⑤ 공적 의료체계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었다. ⑥ 재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가르쳐준다. ⑦ 전염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씻기와 같은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의 중요함을 가르쳐준다. ⑧ 한 사람의 감염은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성이 매우 높고, 지역감염, 세계감염으로까지 금방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세계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공의식, 공감의식, 연대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⑨ 바쁘게만 살던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멈춤(안식, 침묵, 명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가르쳐준다.

정원범 교수

대전신학대학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