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립대상교회 목사님의 지혜

[ 목양칼럼 ]

강흔성 목사
2020년 06월 19일(금) 20:02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게 하겠다고 누군가가 큰소리쳤는데 말은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특히 지도자일수록 그렇다. 작년 말까지도 경제상황이 최악이라고 했는데 거기다가 코로나 사태까지 덮쳤으니 말해 무엇하랴.

경제가 어려우니 당장 교회재정도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상가에서 임대료를 내고 있는 자립대상교회의 상황이 가장 어렵다. 그래서 전국 노회들마다 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규모가 큰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부분 노회나 시찰 범위 안에서 하지만 어떤 대형교회는 전국적으로 신청을 받아 수 십 억원의 기부금으로 자립대상교회를 도왔다. 대형 교회도 코로나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을 텐데 어려움에 처한 미자립교회를 돌아보는 것은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경기노회는 지난 3월에 M교회를 시작으로 큰 교회들이 미자립교회의 임대료를 지원했다. M교회는 교육관을 건축 중이었는데도 작은 교회의 어려움을 돌아보는 감동을 주었다. 이어서 10개가 넘는 교회들이 지원금을 노회로 보내왔다. 그리하여 자립대상교회는 총회, 노회, 타노회, 시찰회, 혹은 개인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는데 교회들마다 지원받은 액수가 같지 않았다. 그래서 노회는 상대적으로 덜 지원받은 교회를 우선적으로 돕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한 자립대상교회 목사님이 전화가 왔다. 자기는 여기저기서 지원을 받았으니 이번 지원금은 자기보다 더 어려운 교회 목사님을 도우라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분명히 어려운 교회인데 자기교회보다 더 어려운 교회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후배목사이지만 존경스러웠다. 재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철칙인데 돈에 대해서 자유하다는 것은 목회자로서 훌륭한 자질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많이 가졌는데도 욕심을 부리다가 망신을 당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가장 어렵고 힘들다며 스스로 절망한다. 그런데 그 목사님은 자기보다 더 어려운 목사님들이 있다며 양보를 한다.

지금은 마스크공장 외에는 모두가 어렵다. 대형 교회도 어렵고 작은 교회, 자립대상교회도 어렵다. 어려운 중에도 나보다 더 어려운 목회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배려한다면 자신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이런 여유와 배려가 함께 고난을 이기는 지혜가 아닐까.

강흔성 목사/수원상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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