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욕망이 앞서면 '비극'…유저(user)에 따라 희비

제17회 서울국제사랑영화 시네포럼 'Untact 시대, Contact 하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6월 05일(금) 07:12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SNS 상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의 자아와의 간극, 낮은 자존감 등의 문제들을 직접 다룬 영화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 강의나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 점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부분적 휴업이나 모임 취소 등 좁은 공간에서 다중 접촉이 가능한 형태의 모임 등이 재택근무, 화상회의, 방구석 콘서트 등 랜선 미팅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물리적 접촉이 단절된 사회 속에서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지난 4일 제17회 국제사랑영화제와 문화선교연구원(원장:백광훈) 공동주최로 열린 시네포럼 'Untact 시대, Contact 하다'에서는 미디어와 SNS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온라인 인간관계를 어떻게 상상하고 재현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소외된 사람들과 공동체를 연결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이날 '대중문화로 살펴본 언택트 시대 사회적 관계'를 주제로 발제한 김상덕 연구실장(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대중문화는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때론 비판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변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서도 "영화 및 대중문화가 소셜 미디어와 그 곳에서 일어나는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창설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하버드대 학생들이 내면에 갖고 있던 욕망, 자신들이 원하는 특별한 인맥 확장에 대한 욕구를 포장하는 도구로 부각되고 있고, 영화 '언프리티 소셜 스타'에서의 소셜 미디어는 피상적이고 진정한 자아와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공간으로 치부된다. 이 밖에도 영화 '디스커넥트' '소셜포비아' 등은 사이버 해킹과 인신공격, 협박 등의 사이버 문화가 실제 폭력과 살인사건으로 연계된 이야기를 통해 사이버 범죄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김상덕 연구실장은 "대부분의 영화가 매우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사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SNS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사회변화의 모습에 무지와 두려움이 컸으며 그 결과 SNS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재현하는 경향이 컸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양가적 기능이 존재함을 받아들이게 됐다. 즉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user)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늘날 뉴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를 적극 소비하는 동시에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기도 하지만 유저들에 의해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시키면서 이미지가 악용되기도 한다"면서 "나를 위한, 나의 욕망을 위한 연결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거리로서의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교회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리키와 다니엘, 그리고 한국 사회와 교회'를 주제로 발제한 성신형 교수(숭실대)는 "코로나 이후 교회가 어떤 공동체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요구된다"면서 "앞으로 더욱 가혹한 현실이 소위 말하는 오늘의 헬조선의 상황보다도 더욱 가혹한 일들이 지금의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성 교수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가 사회적 자산임을 인정하고 사회에 개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찾아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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