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사역으로 연계 '작은도서관'

[ 이색목회 ] 청주 길동무도서관 관장 홍승표 목사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6월 04일(목) 23:04
"신앙생활보다는 생활신앙이 더욱 바람직하며 앞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길동무도서관'은 시민에게 교회 생활이나 신앙생활이 부담되지 않고 자연스레 도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해 사랑과 정의, 자유와 배려 같은 신앙적 가치를 배우며 성숙한 자아, 주체성을 가진 자아로 변화하길 꿈꿉니다."

충북 청주에서 새로운 개척 교회의 형태를 꿈꾸며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접목한 작은 도서관을 세워 운영하는 목회자가 있다. 2006년 교회 개척에 나선 홍승표 목사(길벗교회)는 도시 내 똑같은 교회의 모습보다는 차별화된 마을교회를 꿈꾸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그리고 마을이 필요로 하는 일에 집중했다.

홍승표 목사는 "개척 후 2010년 가지고 있던 책 가운데 신학 전공 서적을 뺀 나머지 책들과 성도들이 기증한 책을 가지고 도서관 문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며 "당시 도서관 문턱이 너무 높았다. 교회 간판이 너무 커 도서관보다는 교회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교회가 이사를 하면서 도서관 간판을 다시 크게 달고, 그 아래에 교회 이름을 작게 달았는 데 효과가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고 작은 변화를 소개했다.

홍 목사가 개척한 교회의 이름은 '길벗', 도서관은 '길동무'로 이름을 달리했지만, 지향점은 동일했다. 그는 "교회와 도서관이 한뜻을 세우면서도 시민에게 교회만 부각돼 도서관의 순수한 뜻이 왜곡되거나 희석되지 않도록 도서관을 찾는 이들을 배려했다"며 "자본주의가 활개 치는 세상에서 지친 사람들이 좋은 이웃을 만나고 책과 어울려 동무가 된다는 의미를 가진 도서관에서 기독교 복음이 시민들의 일상에서 피어나기를 늘 꿈꾼다"고 강조했다.

홍 목사의 특별한 기획력과 아이디어는 길동무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꽃피웠다. 마을 주민들은 뜨겁게 호응했고, 참여는 높았다. 길동무도서관이 매년 진행하는 '길동무인문학교'와 '길동무장터'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홍 목사는 "인문학교는 교양있는 시민, 그리고 성도들이 신앙을 펼쳐가는 데 필요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소감을 나누며, 때론 토론을 펼치는 삶의 학교"라며 "지난해에는 강사들의 모든 강연을 녹취해 한 권의 책으로 엮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매월 한 차례 열리는 장터에서는 홍 목사 부인이 제작한 아로마 제품과 지인들이 공수해온 유기농 농산물, 헌책, 유기농피자 등을 판매하고 체험하는 행사 등도 진행된다.

홍 목사는 장터 외에도 길동무도서관에 중요한 보물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보물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진행되는 2개의 독서동아리였다. 홍 목사는 "도서관 개관 후 성도들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오래된 미래'는 책을 함께 읽고 실천에 집중한다. 이제는 인문학 전반의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신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힘쓰는 모임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왓칭'은 참석자가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소감을 나누며 생활 속에서 할 일을 찾는 데 집중하는 여성 동아리이다. 책을 읽고 와야 한다는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소리 내어 책을 읽다 보니 회원들의 감정 상태도 공유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며 치유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고.

홍 목사는 길동무도서관을 통해 교회 성도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과 상생하는 사회를 꿈꾼다고 했다. 그는 "길동무도서관은 혼자만 잘사는 것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마을)가 복음에 걸맞은 사회가 되도록 힘쓰며 상생을 지향한다"며 "이를 통해 자아가 변화되고 변화된 자아가 모여 변화되는 '생활신앙'의 작은 통로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도서관의 인문학교, 독서동아리에 참가하고 만족하며 '길동무 도서관이 있어서 참 고맙다'는 시민들의 인사를 받을 때 기쁨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서로 좋은 '길동무'가 되어 어우러지며 표정들이 점점 밝고 환해지는 것을 볼 때 사역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발견한다"는 홍 목사는 "도서관 운동이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며 작은도서관 사역의 열매가 맺도록 물주고 가꾸는 일에 더욱 충실히 하고자 한다는 작은 계획을 밝혔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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