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하나님 드라마의 후속편

[ 현장칼럼 ]

서재선 목사
2020년 05월 26일(화) 00:00
전염병에 감염된 한국형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킹덤'이라는 6부작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라는 공룡 플랫폼을 타고 외국에도 꽤나 알려진 시대극이다. 최근 그 후속편 '킹덤2'가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이 겹쳐지면서 전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타이밍 탓도 있지만 전편에 대한 높은 평가 또는 인기의 덕일 것이다. 헐리웃의 유명한 공상과학영화나 판타지물의 경우도 전편의 인기가 상당했다면 후속편도 당연히 기대가 된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복선을 남기면서 시청자의 궁금증을 그대로 끌어안고 멈춰버린 드라마라면 깊이 몰입한 이들에게는 그 다음 회까지의 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등장인물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런 식의 '후속편'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상을 성서의 인물들에게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성서가 드러내 놓는 만큼의 이야기를 그대로 '완결'로 이해하지 않고 그 후속편을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눈에 담기고 그 손끝에 닿은 이들이다. 열두 해 혈루증 앓던 그 여인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거라사 지방의 무덤가를 헤매던 그 귀신들린 사람은 가족들에게 무탈하게 돌아갔을까? 구걸을 하던 맹인은 반듯한 새 직업을 갖게 되었을까? 자기 하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왔던 로마인 백부장, 그 인생의 후속편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생각만으로도 기대가 잔뜩 묻은 궁금함이 올라온다.

한아봉사회의 미얀마 선교지에도 그렇게 후속편이 무척이나 궁금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한국 이름 오세미, 미얀마 이름 노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다. 세미는 한아봉사회의 미얀마 코디네이터 오영환, 박순옥 선교사 부부의 양녀다. 미얀마 소수민족 중 하나인 까야(Kaya)족 출신으로 한아봉사회가 미얀마에 세운 아난다 미따 고아원의 1호 원생이기도 하다. 6살에 고아원에 들어와서 14살에 선교사 가정에 입양되었다. 2011년 한국에 와서 영남신대 기독교교육학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과 기독교교육학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천안중앙교회에서 전임전도사로 섬기고 있다. 학업을 마치고 '선교사'로서 파송 받는 날이 오면 오세미 전도사는 오세미 선교사가 되어서 미얀마에서의 봉사선교 사역의 일선에 서게 될 것이다.

고아 노 나이팅게일은 오세미가 되었고, 양부모를 도와 공부방과 문화센터에서 미얀마의 아이들을 돕고 가르치는 언니, 누나이자 선생님으로 1부를 이루었다. 이 때 생긴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치 복선이라도 되듯이 한국에서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2부의 주된 내용은 낯선 땅 한국에서 언어와 씨름하고 문화에 적응하면서 학업을 해야 하는 유학생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말로 유치부 사역을 하고, 신학 서적들과 씨름하고, 목사고시를 치루면서, 보람도 있고 성취도 있었겠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외롭기도 고되기도 한 10년을 보내는 중이다. 세미는 계속 꿈을 꾸고 여전히 기도한다. '어떻게 여기서 배운 기독교 교육을 미얀마 아이들에게 심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알을 품은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2013년에 세미가 한아봉사회에 보낸 편지를 보면, 인도의 테레사 수녀나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처럼 조국 미얀마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뜨끈뜨끈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리고 이제 곧 오세미라는 하나님의 드라마 3부가 시작된다. 어미가 물어다 준 먹이를 먹던 어린 까마귀가 성장하면 늙은 어미 까마귀를 돌본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가 딱 알맞은 경우는 아니지만, 한아봉사회와 한국교회의 소중한 손길로 자라난 오세미 전도사의 다음 걸음은 어떻게 될까? 교육자로서 적합한 자격을 얻고 선교사로서 합당한 신앙과 신학을 갖춘 후에 미얀마로 돌아간 그 직후 시작될 후속편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하나님은 오세미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어떤 드라마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실까? 혹 세미를 통해 또 다른 '오세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미얀마뿐 아니라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서도 또 다른 하나님의 드라마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서재선 목사/한아봉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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