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분노의 잔을 마신 예루살렘이여 깰지어다(사 51:17-23)

[ 설교를위한성시읽기 ] 이사야 40-55장 연구 12

오택현 교수
2020년 05월 29일(금) 00:00
예루살렘의 멸망은 다윗 왕조의 몰락과 더불어 포로기 백성들에게는 해석하기 어려운 신학적 난제중 하나였다. 본문의 말씀에서 선지자는 이 문제를 설명하면서 예루살렘의 멸망을 하나님의 분노의 잔을 받아 마신 결과라 표현하고 있다. 예루살렘이 하나님을 분노하게 했던 이유는 곧 사라질 강대국을 두려워하며 그들을 섬겼고 그 파생 결과 그들의 우상도 동시에 섬기며 하나님과 멀어진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명령과 규례와 법도를 버린 대가로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오게 되었고 이제는 그 대가를 이미 충분히 치렀다고 하나님께서 판단하시기에 예루살렘을 향한 분노의 잔을 거두어들이겠다며 포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하고 있는 말씀이 본문의 말씀인데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7절에서 선지자는 여호와 하나님의 분노의 잔을 받아 마신 예루살렘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깨어 일어나라고 외치고 있다. 여기에서 분노의 잔은 다른 예언자들도 자주 사용하는 심판의 상징인데(렘 25:15~29, 겔 23:32~34) 선지자는 예루살렘이 이 잔을 바닥까지 다 들이마시고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을 이미 받았음으로 이제는 심판의 때가 끝나고 그들에게 회복의 때가 왔음을 선언하면서 예루살렘이 깨어나기를 외치고 있다. 또한 이 말씀은 예루살렘을 향해 그 노역의 때가 끝났고 죄악이 사함을 받았으며 여호와의 손에서 벌을 배나 받았기 때문에 회복이 임박하였다고 외친 선지자의 이전 외침을(사 40:2) 기억나게 해준다.

18절에서 선지자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홀로 하나님의 진노의 잔을 받아 마신 예루살렘의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려울 때 그와 함께할 자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같이 누구도 그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처참한 상태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절에 나타난 예루살렘은 더욱 악화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전쟁으로 땅은 황폐해졌고 백성들은 굶주려 죽어갔음에도 누구도 그를 위해 슬퍼하거나 위로해줄 사람이 없는 참담한 상태이다. 예루살렘을 돕거나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표현한 개역개정판 성경의 "누가 너를 위로하랴?"는 사해사본, 칠십인역, 시리아역, 불가타역을 따른 번역으로 마소라 텍스트에는 "내가 어떻게 너를 위로하랴?"로 나타나 있다.

20절에서는 끊이지 않고 임하는 고난 때문에 예루살렘의 사람들은 마치 그물에 걸려 있는 영양처럼 거리 곳곳에 쓰러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예루살렘의 상태가 큰 고난에 휩쓸렸음을 보여주는 말씀으로 이렇게 고난을 받은 예루살렘은 이제 여호와께서 그에게 주신 모든 징벌이 끝나가기 때문에 회복의 희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21절에서는 하나님께서 주신 진노의 잔을 받아 무수한 고난속에서 아직도 비틀거리고 있는 예루살렘을 향해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비틀거리는 그들을 불쌍히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전하면서 예루살렘을 향해 하나님은 고통의 상황이 반전되고 하나님의 구원의 사건이 임박하였음을 암시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 명령하고 있다.

22절에서 하나님은 그가 예루살렘에 주셨던 진노의 잔을 이제 거둬들일 것이라 선언하신다. 이는 하나님의 사랑의 선언으로 예루살렘의 고난이 드디어 끝나는 순간이며 예루살렘의 현재의 고난이 끝나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미래의 새로운 번영으로 그 방향을 돌리실 것임을 약속하신 구절이다.

23절에서는 이제 하나님의 진노가 예루살렘이 아닌 이방민족에게 향하고 계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단지 하나님의 도구에 불과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점령해서는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의적으로 예루살렘을 괴롭혔던 상황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결단코 용서하지 않으실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제 하나님의 분노의 잔을 예루살렘을 괴롭히던 자들에게 넘겨줄 것이라 말씀하신다. 그들은 이전 예루살렘에게 "엎드려라" 명령하며 예루살렘을 밟고 지나갔던 자들이기에 하나님 그 일을 잊지 못하시고 그들에게 진노의 잔을 넘겨주시며 그들을 반드시 심판하실 것이라 말씀하신다. 또한 그들은 예루살렘을 짓밟고 걸어가면서도 조금도 죄의식이 없었고 하나님 보시기에 민망할 정도로 예루살렘을 업신여겼기에 이제 모든 분노의 잔이 그들을 향할 것이고 그들을 용서치 않고 심판하실 것이라 선지자는 외치고 있다.

선지자는 본문 말씀을 통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고난과 회복의 상징으로 이해하며 예루살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의 회복을 노래하고 있다. 선지자는 예루살렘을 향해 "깰지어다 깰지어다 일어설지어다"라고 외치며 하나님의 구원의 임박함과 하나님의 사랑이 가까이 도래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이스라엘을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한 하나님의 깊은 의도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그들을 모질게 심판하셨지만 그들이 잘못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뜻을 돌이키시고 그들을 품어주시며 한없는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하나님의 모습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어 예루살렘을 멸망에 이르게 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고 심판자의 위치에 올라 교만해 진다면 하나님은 예루살렘을 향한 분노의 잔을 그들에게 돌리시며 더욱 철저히 파멸시키신다는 것이다. 이는 바벨론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의 선언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을 향해 절대 바벨론을 의지하지 말라는 경고의 말씀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느 편에 서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만일 예루살렘 편에 선다면 하나님의 회복과 위로를 받을 수 있지만 바벨론의 편에 선다면 그들에게 임할 무서운 심판이 우리에게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눈에는 아직도 강대국이 위대해 보이고 그들이 한없이 두렵게 보이지만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뛰어넘어 고난당하고 있는 예루살렘을 보듬고 하나님 편에 선다면 우리 역시 하나님의 위로를 받으며 역사의 주관자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특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오택현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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