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 폐당회 가속화…일꾼도 없고 여건도 안돼

'당회 존립 여부보다 당사자 유익' 비난도
범 교단적 문제, 법의 순기능 역할 필요해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5월 19일(화) 08:00
강원노회 간척교회 박종수 목사는 요즘 고민이 깊다. 교회 단 한 명뿐인 시무장로의 은퇴가 3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농촌교회인 간척교회는 3년 전 무려 30년 만에 장로를 새로 임직하고 비록 완전한 '조직당회'는 아니지만 정책을 논의하고 그에 맞게 행정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시골교회에서 장로 한 분 세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는 박종수 목사는 "대부분의 농촌교회가 고령화에다가 인구 감소로 성도수도 많지 않다"면서 "항존직으로 섬길 수 있는 일꾼도 없고 여건도 안된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총회 헌법 제65조에 의하면 장로 2인 미달 시 3년이 경과한 후 첫 노회부터 당회가 폐지된다. 엄밀히 말하면 간척교회도 장로 1인으로 현재 '폐당회'상태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농어촌교회의 현실이다. 경서노회 성신교회(백동수 목사 시무)는 최근 2년 사이에 2명의 시무장로가 모두 은퇴하면서 폐당회 위기에 놓였다. 백동수 목사는 "교인 대부분이 고령이고 몇 분에게 요청을 했지만 고사하고 계시다"면서 "일꾼을 길러내고 싶어도 사람이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처럼 농어촌교회의 '폐당회'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실제로 지역 노회에서도 이에 대한 헌의안이 계속 올라오자 지난 6일 총회 농어촌선교부(부장:김한호 총무:오상열)는 실행위원회를 열고 오는 제105회 총회에 "농어촌교회가 고령화 현상으로 폐당회가 되어 교회의 정치와 행정이 마비되는 것에 대해 헌법을 개정해 줄 것"을 헌의키로 결의했다. 헌법 제65조항에 대해 '리 단위 이하 농어촌교회에 한하여 장로 1인인 경우라도 당회가 유지되도록 개정'해줄 것과 헌법 제22조 '항존직의 시무는 70세가 되는 해의 연말까지로 한다'는 조항을 '리 단위 이하 농어촌교회에 한하여 장로가 은퇴함으로 폐당회가 되는 경우 장로의 임기를 75세로 연장하되 상회 총대로는 파송할 수 없으며 지교회에서만 시무장로로 봉사하는 것으로 개정해 줄 것'이 세부 내용이다.

'지방소멸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농어촌교회의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순천노회는 농어촌 면소재지 이하 교회 제직회원 중 목사를 제외한 직원의 연령을 현행 70세에서 75세(혹은 78세)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총회에 헌의하기로 했다. 농어촌교회의 초고령화로 젊은 성도가 급감하면서 교세가 줄고 항존직의 은퇴는 빨라지면서 교회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폐당회'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지난 제100회 총회에서 충청노회장과 경북노회장이 '시무장로가 존재하지 않을 때 폐당회 되지 않도록 헌법을 개정해달라'고 헌의안을 제출한 바 있고, 제101회 총회에서도 충주노회장이 농어촌교회의 초고령화 문제를 지적하고, 항존직 정년을 연장하도록 헌법 개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서노회 엄암교회(이영성 목사 시무)도 시무장로 2명이 은퇴하면서 '폐당회'된 경우다. 이 목사는 폐당회 되면서 위임목사에서 임시목사로 노회에서 3년마다 연임청원을 한다. 그러나 이 목사는 "16년 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고 교우들과의 관계도 좋다"면서 "위임목사와 임시목사의 차이보다 장로교회로서 당회를 중심으로 교회 정치와 행정이 진행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농촌의 상황에서 70세면 교회에서 한창 일 할 수 있는 나이"라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장로 임기 연장을 몇번 요청하기도 했는데 잘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목사는 "신앙과 연륜, 지도력을 겸비한 장로님들과 함께 당회를 중심으로 교회 운영을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면서 "여 장로 임직에 대해서도 고민했지만, 농촌에서는 아직도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깊어 권사님들이 고사하기도 한다"는 어려움도 전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농어촌교회에서 '조직교회'가 큰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당회 존립의 여부보다 자신들의 유익을 위한 요구가 아니냐"라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는 "폐당회가 되면 위임목사는 자동적으로 임시목사가 되고, 장로들은 노회 정치를 못하게 되니까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노회의 목회자는 "폐당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맞다"면서 "실제로 폐당회 상태인 교회도 노회가 모른척 눈감아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체로 담임목사의 신분이 바뀌는 점, 장로들의 노회 총대 파송이 안되는 점, 그리고 30개 이상의 조직교회가 소집되지 않으면 노회가 성립되지 못하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총회 농어촌선교부 부장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는 "농어촌교회의 특성상 목사와 장로 사이에 내부적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농촌교회 정서상 은퇴장로라고 바로 당회 출입을 막을 수 없고, 은퇴한 경우라도 당회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가 되면서 폐당회 문제 해결에 대한 찬반여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적으로 제한된 여러가지 조항들이 노회와 교회에서 무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제는 현실적으로 법을 개정해 교회가 교회의 기능을 하면서 노회를 구성할 수 있는 순기능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목사는 "농어촌교회의 당회 존립에 대한 문제는 범교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수교장로회(합동) 총회는 물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대부분의 교단에서 '폐당회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예장백석은 농어촌교회 목사, 장로의 은퇴를 75세로 조정했다. 김 목사는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으로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면서 "농어촌교회의 제도적 뒷받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최은숙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