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자였던 여성, 복음으로 다른 작은자 돌봐

[ 여전도회 ] 작은자운동 45년 : 작은자복지선교회의 교회사적 의미 7

이치만 교수
2020년 05월 12일(화) 23:34
1993년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회에서 병합을 인정하면서 '작은자복지선교회'와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최종 병합됐다. 황화자 총무는 병합의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와 병합한 것은 작은자 운동이 모든 그리스도인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들어줌으로 물질로 그리고 기도로 돕기를 원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고백적인 표현으로 작은자운동에 참여하며 귀한 은혜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하나님의 이익이며 우리 모두의 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익은 지금까지 독일 KNH로부터 사무행정에 필요한 재정 일부를 도움 받아왔으나 그 금액이 다른 제3세계를 향하여 지원하기로 결정되었기에 이미 많은 금액이 감소되었는바 95년부터는 완전히 그 후원이 중단됩니다. 이를 여전도회전국연합회에서는 작은자운동을 펼쳐야할 봉사사업으로 받아들여서 사무행정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연옥 작은자복지선교회 부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병합기구의 비전을 밝히고 있다.

"오늘의 사회에 직면하여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앞에 놓고 볼 때 그 대답이 간단치 않으나, '인자가 온 것은 섬기러 왔다'는 주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여전도회 회원들은 '사람을 섬기는 일', '사람을 돌보아주는 일'에 인색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작은자 복지선교회를 위한 우리의 봉사는 매우 시급합니다."

정진순 작은자후원회 회장은 새로운 기구의 출범을 맞아 '새해에 새 조직으로 새 각오'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이제 본 선교회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라는 든든한 뿌리를 통하여 더욱 튼튼한 가지로 성장할 것임을 필자는 확실히 믿는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현재에도 선교, 사회봉사 등 여러 분야에 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으며, 능력과 조직적인 행정력 등을 뒷받침으로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는 바를 믿음 가운데서 헌신적으로 해내는 기관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선교회는 정관에서 선교회의 목적을 수정했다. 먼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사랑의 현장 갖기 운동의 일환으로"라는 표현을 "예수 그리스도의 '작은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전개하는 사랑의 현장 갖기 운동의 일환으로"라고 변경했다. 이는 본 선교회가 '작은자운동'을 계승하고 있음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둘째 "아동 · 청소년 · 노인 · 모자 · 장애인 및 기타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위한" 문구가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전 회원을 통해 각 지역에서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작은자를 위한"으로 바뀌었다. 이 문구의 변경은 대단히 중요한 신학적 교회사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즉 '작은자운동'의 사업주체가 여전도회전국연합회임을 명확히 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전도회 회원들이 이 사업의 주체가 되기로 총회를 통해서 결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논하였는 바 조선에서의 여성은 '비존재'였다. 작은자 중의 작은자였다. 그런데 '비존재'는 복음을 만나서 '존재'로 바뀌어 갔다. 존재가 된 여성들은 자기만의 존재적 자유를 구가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여성에게도 자신이 경험한 바와 같은 '존재에로의 초대'라고 평할 수 있겠다. 이 정관의 수정은 이런 일이 다시 재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로 수정된 정관은, "오늘날 산업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제반 사회문제에 교회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고 참여케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문구는 "제반 사회봉사에 적극 참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변경했다. 즉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에서 사회봉사에 주안점을 두기로 하였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근대계몽기 이전 조선에서의 여성은 '비존재'였다. 즉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비존재였던 여성은 진리의 빛인 복음을 만나서 비로소 '존재'가 됐다. 자신만 존재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비존재인 여성들을 존재의 자리로 초대했다. 즉 존재가 되는 것과 동시에 존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의 역사에는 없던 역사의 주체가 됐다. 한국 근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새로운 주체 즉 여성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이런 일이 다시 재현됐다. 그것은 '작은자운동'을 통해서 일어났다. '작은자운동'은 불우한 아동들과 결연을 맺는 방식이었는데 애초부터 후원회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1992년 명실 공히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사업의 주체가 됐다. 이것은 비존재였던 여성들이 스스로 존재가 됐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조직이 조직적으로 작은자들을 돌보기로 한 것은 '존재에로의 초대'가 다시 재현된 것으로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치만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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