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예수님! 목사님!

[ 목양칼럼 ]

최윤철 목사
2020년 05월 01일(금) 00:00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낯선 환경에 이제 차츰 적응해가는 분위기이다.

한 가정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리면서 엄마가 세 살배기인 유아부의 딸아이에게 텔레비전 모니터에 나온 목사를 가리키며 "누구야?"고 물었더니 아이의 주저 없는 대답은 "하나님!"이었다고 한다. 평소 교회에서 만날 때마다 예쁘다고 안아주지만 아직은 낯을 가려서 우는 아이인데도 그는 목사를 하나님으로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에는 한 시간 거리에서 교회에 나오는 가정에 심방을 갔다. 신혼 때 교회 근처에 방을 마련하여 살면서 우리 교회에 출석한 부부였는데 신경을 써서 나름 잘 보살폈더니 멀리 이사를 하고서도 맞벌이와 육아에 힘들 텐데도 그 멀리서 모교회처럼 생각하고 주일마다 예배에 나오는 그런 가정이 목회자에게는 고맙기 그지없다.

미리 설교준비를 마쳐놓고 부부가 쉬는 토요일에 맞춰 심방을 갔는데 차가 아파트 지상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10층에 사는 그 집 여섯 살 아들이 창문으로 소리를 지르며 반기고 있었다.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 예수님 오셨어!"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유치원에 가지 않은 토요일이면 늦잠 자던 녀석이 목사님이 심방오신다고 하는 말에 들떠서 일찍 일어나고 창문에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가 그렇게 소리치며 반겼다고 한다. 엄마가 목사님이 심방 오신다고 말했음에도 아이의 입에서는 "예수님이 오셨다!"고 외친 것이다.

2년 전에는 3개월 안식월을 보내고 교회에 복귀했더니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반가운 표정으로 "할아버지 목사님!"이라고 부르며 달려와 안겼다. 50중반, 아직 손주도 보지 않았지만 젊은 부목사님들에 비하면 할아버지로 보였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모든 부서의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어느 해에는 여름성경학교 시간에 부서별로 축도를 하러 들어갔더니 유아부와 유치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서로가 손과 바짓가랑이라도 잡으려고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저마다 자기만을 사랑해주는 목사님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이들이 목사를 하나님과 예수님으로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하다. 분명히 목사님이라고 가르쳐주는 데도 그렇게 부른다는 사실이 마냥 놀랍다.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주님이 말씀하셨는데 이 부족한 목사를 하나님이라 예수님이라 불러주니, 그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를 새삼 다짐해본다. 어린이주일인데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어진다.

최윤철 목사/시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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