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아닌 '이번세대'

[ 잘가르치는교회 ] 53 청년들이 처한 불안한 현실에 관심을

이의용 소장
2020년 04월 30일(목) 00:00
교회마다 '다음 세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취업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 맞벌이 증가 등으로 결혼 포기, 출산 기피가 늘어나면서 학교도 교회도 아이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청년층마저 교회를 빠르게 떠나가고 있다. 그 가속도를 청년 사역자들은 피부적으로 느낀다. 교회마다 청년들을 모으기보다는 떠나가는 청년들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그들은 왜 떠나는가, 그들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청년들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물어보는 기성세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첫째, 청년들이 처한 형편을 알아야 한다. 대학생의 70%가 월 30만원 이하의 용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점점 사라지면서, 원룸이나 고시촌에서 하루 한 두 끼로 버티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이나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불안과 절망 속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이들은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성경공부, 찬양, 기도가 이들의 불안감, 절망, 분노를 얼마나 잠재우고 평안과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교회가 정말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면 이들이 있는 곳으로 교육관을 옮기고 이들의 생계 잇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청년들을 '이번 세대'로 세워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청년들은 교회 공동체 사역에 묵묵히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님 나라를 이뤄나가는 사역에 주체로 동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교회는 이들에게 봉사만 강요한다. 이들이 의견을 표현할 통로가 없다.

신천지로 간 청년들은 대개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렵거나 기성교회에서 종교적 갈증을 해결하지 못한 이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명쾌한 신천지 교리에 쉽게 현혹된다. 기성교회에서 소외받던 이들은 신천지가 주는 중요한 역할과 직책에서 희망을 느낀다. 그래서 주 4회, 하루 3시간씩, 7개월 간이나 교리 공부를 하고 시험 보고 입교한다. '신천지 출입금지' 경고판, 이제는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나가는 게 문제가 됐다.

청년들을 교회에 붙잡아 앉히려면 60대가 주도하는 교회 의사결정 기구부터 혁신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헌신, 전도, 헌금만 강요하지 말고 비례대표제나 태스크포스 등으로 그들을 보다 과감히 교회 사역에 참여시켜야 한다. 그들 스스로 '다음 세대'가 아니라 '이번 세대'임을 인식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젊어진다. 세상은 젊어가는데 교회는 너무 늙어가고 있다. 교회가 늙으면 젊은이들은 떠나간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이 불과 2030세대였음을 명심하고, 청년들에게 교회의 미래를 그리게 하자.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의용 소장/전 국민대 교수 ·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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