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차원의 '성폭력특별법' 연구 청원

교회성폭력대책위 n번방 사건 후 '교단 입장, 특별법' 필요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4월 22일(수) 17:06
최근 발생한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의 결핍된 성 윤리의 민낯을 드러낸 가운데 총회가 'n번방 사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SNS상에서 교단 소속 신학생 600여 명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n번방 사건에 대한 교단의 입장 표명'과 '교단 내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청원안이 총회에 공식 접수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본보 3232호 4면 게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위원장:김미순)는 지난 4월 2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3차 모임을 갖고 'n번방 사건에 관한 교단 입장 표명 및 교단 내 성범죄 예방 대안 마련을 위한 청원건'을 논의했다.

n번방 사건 발생 직후 긴급 논평을 낸 바 있는 위원회는 이날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n번방'과 관련한 교단의 입장이 담긴 공식 성명서를 총회 임원회가 발표해 줄 것을 청원하기로 결의했다.

위원장 김미순 장로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 논평을 낸 바 있지만, 성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교단의 명확한 입장을 다시 한번 표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위원들의 뜻이 모였다"며 전국교회가 성폭력 예방 및 교육의 필요성에 더욱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n번방 사건 이후 불거진 성 문제에 대한 총회 차원의 예방과 대응책 마련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접수된 청원안 내용을 검토 후 △교단 내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 △디지털 성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등 모든 성범죄에 대한 교단 차원의 엄격한 치리 △전문가에게 받는 성범죄 관련 교육 의무 확대 △성범죄 경력 조회동의서 제출(신학대학원 입학, 목사안수청원, 노회 이명, 항존직 임직시 등) △성범죄 가해 대상 범위를 전교인으로 확대하는 '성폭력특별법' 연구도 총회 임원회에 청원하기로 했다.

SNS에서 이번 청원안을 기획한 정지혜 전도사(주님의교회)는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우리 교단은 지난 104회기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 보고서 및 헌법 개정을 통해 성범죄에 관해 모범적인 대응을 모색했다. n번방 사건에 대한 위원회 차원의 입장표명도 했으며, 성폭력 예방 강사 교육을 실시하는 등 여러 방면의 노력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사후처리에 관한 부분적 규정만 존재하며, 이 또한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일 뿐 교회에서 의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예방과 인식개선, 그리고 분명한 치리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다음 스텝으로 제시돼야 할 시점"이라며 총회는 교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한 축에 성 윤리에 관한 부분 역시 비중 있게 다뤄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정 전도사와 함께 청원안 기획에 참여한 최자혜 전도사(창동염광교회)는 "코로나19는 한국교회가 '예배당에서의 예배'와 '삶의 예배'의 틈이 얼마나 벌어져 있었는지 고민하며 예배 신학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n번방 사건 또한 영혼에 관심을 두는 만큼 몸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한국교회 신앙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 원한다"며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를 통해 '몸'과 '성'이 중요한 신앙의 영역임을 인지해 악의 뿌리조차 자라지 않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총회 차원의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기대했다.

한편 위원회는 교회 성폭력 예방 강화와 문제 대응을 위해 전국노회에 목사 부노회장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하는 '노회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를 신속히 조직해 줄 것과 교회성폭력사건 예방과 처리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총회 임원회에 청원하기로 결의했다. 또 지난 4월 제작한 총회와 협약을 맺은 성폭력 피해 전문 상담기관 홍보물을 전국노회에 배포하고,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홍보물을 제작해 각 노회와 교회에 배포하기로 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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