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차분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 주간논단 ]

연제국 목사
2020년 04월 29일(수) 10:00
봄은 설렘 중에 찾아온다. 올해도 차가운 기운을 뚫고 봄이 찾아왔지만 전염병 확산이라는 복병 때문에 별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어느덧 늦은 봄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한 계절이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봄이 지나가는 걸음마다 웅크렸던 대지가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온갖 봄꽃들이 피어났고, 말랐던 가지마다 초록색 옷을 입었다. 예배당 정원의 누렇던 잔디도 상큼한 초록으로 제 모습을 찾았다. 봄은 빨리 가는 것 같지만 차분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여유 있게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의 마음이 급하고 여유가 없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쫓기듯 살고 있다. 과학기술 문명이 가져다준 편리함의 이면에는 속도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니 마음이 급해지기 쉽다. 빨리 해결되지 않아서 불안해하고 성취가 늦어진다고 조바심을 내는 것은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필자도 성격이 급한 편이다. 평소에는 이런 급한 성격을 누르고 있어서 대개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급한 성격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온다. 조금 더 참지 못하고 급하게 말하거나 행동하고 나서 후회하는 때도 많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도 조급하다. 거기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불안한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불안감은 조급함을 부추기고 마음의 여유를 빼앗는 독소가 되어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이렇듯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여유로움을 갖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에게 있어야 할 진정한 여유는 세상이 아닌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에 마음을 두고 분주하게 살던 삶을 이제 하나님께 마음을 두고 하나님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위로부터 오는 평안을 얻게 되고 하나님과 친밀해진다. 하늘의 평안이 우리 안에 임하게 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있어야 시야가 넓어지고 해야 할 일들이 보이게 된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실패를 줄일 수도 있다. 모든 운동도 급하게 서두를 때 실패한다. 여유를 가지고 적절하게 힘을 써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뿐 아니라 모든 일이 조급하다 보면 역효과를 내게 된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영성신학자인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3대 적을 군중, 소음, 서두름이라고 했다. 하나님과 친밀하면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어떤 어려움도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다. 노한 풍랑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사도 바울의 여유나 홍해 앞에서 불평하는 백성들에게 "가만히 있어 여호와의 구원을 보라"고 외치는 모세의 여유도 하나님과의 친밀함에서 온 것이다.

요즈음 숨 가쁘게 달려오던 일상이 한순간에 뒤틀린 것 같아서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치고 평범한 삶에 생채기를 낸 코로나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 뒤틀리고 일그러진 모든 것들을 회복하려는 조급한 마음이 속에서 꿈틀거린다. 또한, 안갯속처럼 불투명한 현실로 인해 긴장과 불안함이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하지만 불안하고 급할수록 하나님을 주목해야 한다.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가서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앞으로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찾고 답답한 현실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도 세워야 한다. 좀 더 차분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연제국 목사/주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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