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인간

[ 가정예배 ] 2020년 5월 2일 드리는 가정예배

오선희 목사
2020년 05월 02일(토) 00:10
오선희 목사
▶본문 : 베드로전서 1장 22~25절

▶찬송 : 315장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의 첫 구절은 이렇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해설서에 따르면 '풀'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민중을 뜻하고, '동풍'은 '풀'을 억압하는 지배세력이나 권력을 뜻한다고 한다. 풀이 눕는 모습은 나약한 민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시는 암울한 현실을 풀이 눕고 우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민중은 한편으로는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적극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보다 더 일찍이 성경의 저자들도 인간을 풀에 비유했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만이 경험하며 풀과 같은 인생이란 참으로 덧없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권력자들의 횡포가 심한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는 시적인 미사여구로서 풀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한 부분을 풀로 표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본다.

본문에서는 인간을 그야말로 살덩어리로 된 나약한 존재로 표현한다. 풀과 같이 바람이 불면 쓰러지는 나약한 것이 인간이고, 어쩌다 꽃을 피우고 영광을 누리는 것 같아도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나약한 풀과 같이 언젠가는 끝이 있고, 원하든 원치 안든 타자에 의해, 자연 환경에 의해,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하여 넘어지고 쓰러진다.

그러나 인간이 풀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하나님께서 각자의 마음에 썩어 없어지지 않는 씨앗으로 뿌려주신다.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나약한 인간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심어주신 것이다. 그 씨앗을 품은 사람들은 나약한 인간에 머물지 않고 새롭게 태어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나가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새롭게 태어난 사람들은 홀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으로 뜨겁게 서로 사랑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 나만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한 사랑의 연대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에 그 사랑은 더욱 드러나게 된다. 각자도생할 것인지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위기를 이겨나갈 것인지 그 모든 게 우리 인간이 서로 힘을 모을 때 가능해 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 모이기를 힘써야 하는 교회에게는 이 사회적 문제가 큰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만 위한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한 것 우리 모두를 위한 배려와 사랑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한결같이 흘러나와야 된다. 나약한 인간 한 사람은 풀처럼 풀꽃처럼 끝날지 모르지만, 서로 함께 마음으로 사랑하고 연대하고 힘을 합한다면 우리 마음속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이다. 오늘 주신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구원의 소식 기쁜 소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의기도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힘을 합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이루어 나가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오선희 목사/수어로하나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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