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과 고춧잎

[ 목양칼럼 ]

임융식 목사
2020년 04월 24일(금) 00:00
'사랑은 아무나하나' 유행 가사 안에 담긴 의미는 사랑을 하고 싶어도 상대와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랑뿐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은 세상에 많다. 흙수저 인생이 하루아침에 금수저 인생이 될 수 없고 누구나 재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도 노력만으로 많은 돈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전인 성전을 짓는 일이다. (대상 28:3) "하나님이 내게 이르시되 너는 전쟁을 많이 한 사람이라 피를 많이 흘렸으니 내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지 못하리라 하셨느니라." 성전건축을 간절히 원했던 다윗에게 하나님은 그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다윗이 누구인가? 성경 말씀에 몇 안 되는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 아닌가? 그런 다윗에게 조차 하나님은 성전 짓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대신 성전 건축을 허락하신 아들 솔로몬을 위해 다윗은 성전을 건축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와 동일하게 예수님을 믿는 자들이 세상에 많아도 모든 믿는 자들이 성전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생에 한번 성전 건축을 하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다수는 성전 건축에 대한 소망이 없어서 성전을 짓지 못하고 혹은 성전 건축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있어도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끝내 건축을 포기하는 경우를 보았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내 집 짓듯 성전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하나님의 전인 성전을 건축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사랑하는 성도들과 함께 성전을 짓고 있으니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점차 모습을 갖춰가는 새 성전을 볼 때마다 성전건축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마음이 벅차 오른다.

우리 교회는 성도 다수가 대를 이어 땅을 물려받고 농사기술을 배우고 익혀 농업을 생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수입은 대부분 깻잎과 고추모종을 심고 재배해서 얻은 수익들이다. 물론 도심지에서 생업을 하는 성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이 적다. 그런데 그렇게 얻은 수익의 일부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성전건축을 위한 재정이 모아지니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깻잎과 고추를 딴 것을 모아 하나님께 드린 예물이야말로 하나님이 기억하실 만한 예물이 아닐까? 누가복음 21장을 보면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고 했다. 그렇다. 깻잎과 고추를 딴 것으로 하나님께 드린 것은 전부를 드린 것과 같다. 무슨 일을 하던 깻잎과 고추를 따서 정성을 담아 드림과 같은 모습은 모든 성도들의 동일한 마음이다.

새롭게 지어진 성전은 본당 천정이 나뭇잎 모양으로 설계가 되었다. 나무 루바를 이용해 입체형으로 만들어진 나뭇잎 모양 천정은 성전을 설계한 건축사의 의도에 따라 종려나무 잎 모양이다.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 입성하실 때 사람들이 호산나 외치며 흔들었던 종려나무 잎은 휴양지 등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모습이다. 그러나 내 눈에 보이는 천정의 나뭇잎은 깻잎 또는 고추나무잎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정성어린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성도들의 눈이 나와 같아서 하나님께 향한 처음의 마음이 영원히 변치 않기를 소망한다.

임융식 목사/춘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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