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예배와 코로나 이후 시대

[ 기고 ]

박봉수 목사
2020년 04월 10일(금) 09:58
예고 없이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의 전반에 상상을 초월한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들은 이 충격으로 세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혹자는 그 변화가 너무 커서 코로나 이전 시대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 시대 A.C.(After Corona)로 구분될 수 있을 정도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현재 교회도 이런 충격을 받고 있고, 또한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에서 예외로 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3월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게재한 "팬데믹은 우리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주제의 특집을 보면 이런 변화의 중심에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는 오프라인 주도적 사회에서 온라인 주도적 사회로의 변화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교회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미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고 있고, 앞으로 교회사역 전반에 온라인이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금번 코로나19 사태로 어쩔 수없이 온라인예배를 드리면서 앞으로 다가올 온라인 주도적 사회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온라인예배를 드리며 겪어본 우려 때문이다. 그 우려는 이런 것들이다.

첫째, 온라인예배가 과연 교회의 주일예배를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주일 온라인예배가 끝나면 몇 사람이나 예배를 드렸는지 클릭수를 조회하게 된다. 몇 주 반복되는 한 가지 패턴이 있다. 총 클릭수의 약 1/3 정도가 예배시간에, 약 1/3이 예배 후 주일 밤까지, 그리고 나머지 1/3이 주일 이후부터 다음 주일 전까지 클릭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함께 예배드리는 주일예배 시간에는 1/3만 예배에 참여했고, 나머지는 주일 오후에 그리고 나머지는 다음날 이후 예배에 참여한 것이다.

개인경건을 위한 예배가 아니고 교회공동체의 주일예배의 핵심은 회중을 이루어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동체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여 예배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예배는 공간도 다르고 심지어 시간까지 흩어져 예배를 드린다. 과연 이런 형태의 모임을 회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예배하는 공동체를 예배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런 온라인예배가 교회의 주일예배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온라인예배로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온라인예배가 끝나면 전화로 교인들에게 확인을 해 본다. 예배는 제대로 드렸는지 그리고 예배드린 소감은 어떤지를 묻는다. 대체로 교인들의 반응은 예배를 제대로 드린 것 같지 않다고 한다. 한 교인이 예로 들어 대답한 말이 생각이 난다. 축구경기를 볼 때 뜨거운 응원과 함께 현장에서 보는 것과 TV중계로 보는 것이 크게 다른데, 온라인예배는 TV중계로 축구경기를 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온라인예배로는 예배현장에서 느끼는 하나님의 임재경험과 온회중이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며 체험하는 영적인 역동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형교회들은 온라인예배를 제대로 드리기가 쉽지 않다. 우선 필요한 장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예배영상을 제대로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영상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양질의 예배영상을 제작할 수 없다. 단지 온라인예배로 예배드릴 수준의 예배영상을 온라인에 올릴 수 있는 교회는 대형교회들 뿐이다. 그런데 교인들은 이미 양질의 온라인콘텐츠에 익숙하다. 그래서 교인들은 양질의 온라인예배 콘텐츠가 아닐 경우 예배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볼 때 온라인예배로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있는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온라인예배가 성수주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교회가 일제히 온라인으로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교인들에게 온라인으로 주일예배를 드려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꼴이 되었다. 이제 이 사태가 종식되어 예배가 복원된 후에도 계속 온라인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려 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가끔씩 온라인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려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또 그것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일어날 때 어떤 원칙적인 교훈으로 제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히 10:25이 말씀하는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이 한국교회에 뿌리를 내릴까 하는 우려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교회가 어쩔 수 없이 온라인예배를 드리게 됐다. 밀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여 교인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지역사회 감염을 예방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 주도적 사회인 코로나 이후 시대를 잘 대처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주어졌다. 온라인예배를 개인경건의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하되, 온라인예배로 주일예배를 대체하는 풍조에 잘 대처해야 할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박봉수 목사(상도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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