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기다리기

[ 목양칼럼 ]

임영숙 목사
2020년 04월 10일(금) 00:00
아는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사님, 이번 주일 오후 목사님 뵈러 갈래요. 여름 휴가중인데 목사님도 뵙고, 쉬었다 오려구요." 필자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개척한지 12년이 되었는데 한번도 휴가를 한 적이 없다. 큰 마음 먹고 함께 쉬기로 하고 만나서 안동으로 가서 4박 5일 여름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 토요일 저녁 안수집사에게 문자가 왔다. "목사님, 잘 다녀오셨어요. 죄송한 말씀인데 제가 당분간 교회를 좀 쉬려구요." 전화를 했다. "집사님, 당분간 교회를 쉰다는 말이 무슨 말씀입니까?" "목사님, 너무 힘들어요. 양 어깨의 짐을 이제 다 내려놓으려구요"라며 펑펑 울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냥 집에 일이 있다고만 하고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교회에 출석을 하지 않았다. 아내인 권사도 함께 교회에 출석을 하지 않았다. 한 주일 두 주일 지날수록 궁금증이 더해 가고 조금은 원망도 생기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인지 말이라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데 ….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목회자와 교회가 필요할 경우 언제나 달려와 준 열심인 집사님과 권사님이었기에 아픔과 고민도 컸다. 자식을 믿듯이 그렇게 믿었던 사람이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교회에 출석을 하지 않으니 허탈감이 생기고 입맛을 잃기도 하고 괴로워 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럴 때 주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럴 때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많이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권사님이 교회에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사용한 종이컵을 모아 교회로 가져다두고, 필자가 평소에 잘 먹던 반찬도 해두고 갔다. "권사님, 교회에 다녀가셨네요." "네 목사님, 계시면 커피나 한잔 하려고 갔는데 안 계셔서 그냥 왔어요"라고 답했다. 반신반의하며 "권사님, 내일 오세요"라고 약속을 하고 다음 날이 속히 오도록 기다렸다. 반갑게 맞아들이고 차를 나누었다. 교회에 나오신지 2달 정도 된 새신자가 말을 잘못 전달해서 빚어진 오해였다. "목사님, 죄송해요. 저희가 오해를 했어요. 목사님, 아직도 저희들 사랑하세요. 밉지 않으세요?" "권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그래요, 아직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거예요"라고 답했다. "이렇게 우리가 목사님을 오해하고 애를 먹이는데도 사랑하실거예요?"

평소에 늘 마시던 커피 맛이 그날은 더욱 맛이 좋았다. 집사님과 권사님은 석 달만에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집나갔던 자식이 돌아온 것처럼 너무나 기쁘고 감사했다. 하지만 부부는 교회에 적응하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또 시간이 지나야겠지? 탕자를 기다렸던 아비의 심정으로 여전히 인내하며 기다려야겠지.' 때로는 기도하며, 기다리고, 인내하는 기쁨도 이렇게 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도 필자는 예수님이 부족한 우리를 사랑하신 것같이,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며 기다린다.

임영숙 목사/예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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