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는 것이 복이다

[ 주간논단 ]

연제국 목사
2020년 04월 01일(수) 10:00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청주의 신흥개발 지역에 위치해 있다. 교회 앞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6차선 도로변에는 새 건물들이 들어서서 밤이 되면 환한 불빛으로 도시의 야경을 연출한다. 커피숍, 음식점, 오락시설 등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리가 한적하다.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이다.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은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마지막 주일에는 주일 오전 예배 외에 모든 모임을 중단했고 급기야 3월 첫 주에는 교회에서의 모든 예배를 중단하고 실시간 영상예배로 드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텅 빈 예배당에서 설교하는 심정은 착잡하면서도 무거웠다. 확진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분위기는 더 경직되었다. 실시간 영상예배가 계속되는 동안 예배당에 나오지 못하는 성도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성도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성도의 교제가 아름답게 이루어지던 기존의 예배 형태를 코로나로 인한 영상예배가 흔들어 놓았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간 후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에 찾아오는 변화는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일시적 캠페인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크고 작은 모임들을 중단하고 가급적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만들까 우려가 된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식사도 가까이하고 먹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물건 구입도 사람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는 언컨택(Uncontact)소비를 선호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것이 미덕이 아닌 위험한 일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

이렇게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가져올 결과가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함께하는 어울림이 없으면 결국 외로움의 늪에 빠지고 말 것이다. 영국이 정부 부처에 '외로움부'를 두고 외로움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은 외로움이 사회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에 '코로나블루'라는 우울증의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격리와 거리감에서 오는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외로움과 우울함이 증폭되면 사회적 불안요소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들어서 분노와 적대감을 키운다면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사회적 거리 좁히기'를 해야 한다. 만나서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의 불을 지펴야 한다. 전염병 때문에 멀어졌던 것으로부터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이 없으면 멀어진 간격을 쉽게 좁히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도 훈훈함보다는 더 차가운 모습으로 굳어질 것이다.

교회는 더욱 모이기에 힘을 써야 한다.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이웃을 가까이하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가까이해야 된다. 봉사와 헌신의 멈춤이 편리가 되고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식어버리면 믿음은 힘을 잃고 영혼은 메마르게 된다. '거리 좁히기'는 '관계 좁히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가까이한다는 것은 단순한 거리뿐 아니라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마음을 하나님께 두고 사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나님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염려와 두려움에 지배당하지만, 하나님을 가까이할수록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하며 주어진 믿음의 길을 힘있게 달려갈 수 있다. 성경에는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것이 복"이라고 했다. 사람도, 하나님도 가까이하는 것이 복이다.



연제국 목사/주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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