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자에겐 능치 못함 없어

성선복 목사
2020년 03월 26일(목) 00:00
80년대 초에 필자가 부임한 교회는 부산근교에 있는 9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작은 농촌교회였다.

필자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에서 전도사로 2년간 사역하다가 그 교회에 부임해 당년에 목사안수를 받고 첫 목회를 시작하게 됐다. 부임 당시 역사는 오래된 교회였지만 겨우 자립할 정도로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당시 교회 대지는 경사가 있어서 계단식으로 층을 이루고 있었는데 위층에는 본당 건물과 사택이 있었고 아래층은 옛 교회당 건물과 옛 사택이 있었다. 옛 교회당은 교육관으로 사용중이나 옛 사택은 오래 동안 비어져 있던 중 집사 부부가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들은 이곳이 고향인데 살던 집과 땅을 다 처분해 객지에 나가서 사업을 하다가 완전히 망해서 빈손으로 돌아와 그 초가집 사택에 무상으로 들어와 살게 된 것이었다. 부부는 매일 새벽에 교회에 나와 기도하면서 처음으로 가진 직장이 4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시내로 나가서 매일 소를 잡아서 고기를 도매로 파는 고된 일이었다. 그러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집사님은 매주 십일조를 드리며 믿음 생활을 철저히 해나갔다.

부부는 두 가지 기도 제목을 갖고 기도했다. 첫째는 백 만원 이상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고, 둘째는 교회를 지어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 두 가지 기도 제목을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막9:23)"는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집사님은 기도했다.

어느덧 그 믿음대로 기도의 응답을 받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사업이 날로 번창했고 기도한대로 그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그 후 집사님은 동네에 땅을 사서 새 집을 짓고, 사업장에도 3층 건물을 지어 3층은 서원한대로 교회로 사용하게 됐다. 사업은 날로 더욱 번창해 갔다. 또한 그 교회 교인들도 집사님을 표본으로 삼게 되어,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벼농사만 짓던 교인들이 하우스 재배를 시작하며 농가들이 모두 부요하게 됐다. 교회는 일 년 만에 크게 부흥했다. 얼마 전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면서 40년 전 첫 목회를 했던 그 교회를 지나가게 되었다. 잠시 그 집사님을 떠올리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인이 "아무 것도 가져온 것 없고 아무 것도 가져갈 것이 없는 이승의 순례객인 우리가 이기와 탐욕의 노예가 되지 못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 것처럼 그 집사님은 기도한대로 응답받았고, 오로지 청지기의 자세로 살아서 모든 사람의 본이 되었다. 교회뿐만 아니라 불신자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하나님은 사울을 바울로 변화시켜서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게 하신 것처럼 지금도 가장 실패한 사람을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되게 하셔서 다시금 교회를 새롭게 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는 놀라운 그 은혜의 역사는 지금도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성선복 목사/죽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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